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나해 9월 22일 선택(+MP3)

나해 9월 22일 선택

요즘은 치약 하나 사기도 어렵다. 종류가 너무 많다. 진열대 앞에서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면 잠시 멈춘다. 그리고 내게 필요한 것 혹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제일 싼 것, 제일 좋은 것, 가장 대중적인 것 등 그 기준을 정한다. 그것이 정해지면 선택은 쉽고 간단해진다. 치약 종류가 아무리 많아도 혼란스럽지 않다.

예수님은 열두 제자 파견하시며 이렇게 이르셨다. “길을 떠날 때에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 지팡이도 여행 보따리도 빵도 돈도 여벌 옷도 지니지 마라(루카 9, 1-3).” 예수님이 가져가지 말라고 하신 것들은 하나 같이 다 필요한 것들이다. 이 말씀은 과장이고 상징적이다. 복음을 전할 때는 오직 하느님의 섭리에만 의존하라는 뜻이다.

세례받은 그리스도인은 모두 선교사다. 나처럼 그것을 평생의 업(業)으로 삼은 사람이 있고, 살면서 그들의 선택과 실천으로 복음을 증언하는 사람이 있다. 복음으로 자신의 배를 불리는 일부 사람들 때문에 예수라는 말만 들어도 귀를 막는 사람이 생긴 것 같다. 참으로 속상한 일이다. 우리가 구원받는 데 필요한 단 하나의 고귀한 이름(사도 4, 12)을 그렇게 만들어버렸다. 의도적으로 그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자신이 그러는 줄 모르고 그러는 이들이 더 많을 거다. 사실 대사제와 수석사제들도 하느님의 이름으로 예수님을 박해했다.

우리를 유혹하는 자는 우리보다 훨씬 뛰어나다. 우리는 그것들에 맞서 싸워 이길 수 없다. 한두 번은 이길 수 있어도 계속 맞서면 결국 진다. 그러니 유혹을 피한다. 그곳에 안 가고 귀를 막고 눈을 가린다. 그래야 이긴다. 많은 종류의 치약 앞에서 잠시 멈추는 것처럼 세상살이 중 뭔가 선택해야 할 때 우리는 예수님의 가르침에 부합하는 것을 생각한다. 그렇다고 모든 그리스도인이 신학자나 윤리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 그 대신에 선택과 실천에 앞서 잠시 멈추고 자신 안으로 들어가 이렇게 묻는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기뻐하실 일인가?’ 어쩌면 ‘나는 하느님을 기쁘시게 해드리고 싶은가?’라고 물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게 선택한 다음에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것을 행한다. 성공과 좋은 결과가 나의 선택을 평가하지 않는다. 그건 하느님이 하신다. 그렇게 물었고 그런 마음으로 행동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예수님, 하늘나라는 마음이 가난한 이들의 것이라고 가르쳐주셨습니다. 하느님의 뜻은 목숨보다 소중합니다. 죄를 짓느니 차라리 죽는 게 제겐 더 이롭습니다.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주님의 길로 인도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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