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김인순] 스핑크스를 만나다

카푸왕의 피라미드의 동쪽에 자리를 잡고 카푸왕의 피라미드를 수호하는 스핑크스를 보러 갔다.

스핑크스는 원래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다.

스핑크스는 그리스어로는 ‘교살자’ 라는 의미가 있는데 이집트어로는 ‘살아 있는 형상’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또한, 스핑크스는 ‘지평선 상의 매’인 태양신을 상징하는데 왕의 권력을 표현한다고 한다.

사람의 얼굴에 사자의 몸을 가진 스핑크스는 원래 바다를 바라보는 해변에 세워졌다는데

지금은 사막이 된 육지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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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본 스핑크스는 이집트의 기자에 있는 제4왕조(BC 2650년경) 카프레 왕(王)의 피라미드에 딸린 스핑크스로 

가장 크고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의 길이 약 70m, 높이 약 20m, 얼굴 너비가 약 4m나 되는 거대한 조각물로

그 얼굴은 상당히 파손되어 있으나 카프레 왕의 생전의 얼굴 모습을 조각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약 BC 10,000년 전에 만들어진 스핑크스의 몸을 바닷바람을 따라온 모래가 뒤덮어 버렸다.

지금은 몇 미터 깊이의 모래를 파 내려가 스핑크스의 몸을 받친 단을 드러내 놓았다.

그 옛날 바닷물의 자취는 스핑크스 받침대에 나이테처럼 둘린 물결의 흔적으로 남아 있을 뿐,

사막 어디에도 바다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그 옛날 스핑크스는 떠오르는 태양 빛에 웅장한 모습을 장엄하게 드러내며 그 위용을 자랑했을 것이다.

고대인들은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경외심과 두려움을 갖지 않았을까.

 

스핑크스가 서 있는 옆으로 시신을 피라미드에 안치하기 전에 미라로 만들던 장소는 신전지하였다.

신전의 제사장들은 왕들의 몸이 썩지 않도록 내장을 꺼내 보관하고 다듬고 약품 처리를 하여 미라를 만들었는데

그 과정은 70일 이상이 걸렸다고 한다.

지금은 흙과 돌로 된 어두컴컴한 토굴 같은 장소지만 고대에는 왕실전용 미라를 만드는 곳으로

모든 것이 나름 편리하게 갖춰진 곳이었을 것이다.

 

철창으로 봉쇄된 빈 동굴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죽은 왕족들의 시신을 미라로 만들기 위해 움직이는

이집트 노예들의 삶을 그려보았다. 그중에는 이집트에서 억압받던 이스라엘인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신앙의 역사 꼭대기에 이집트의 역사가 있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거대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보고 나자 점심때가 되었다.

안내자는 우리를 아랍계 식당으로 데려가 뷔페식으로 차려진 현지 음식을 맛보게 해주었다.

식당 안은 우리 외에도 여러 나라의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음식은 기름기가 많은 것 같지 않았는데도 순 국산 입맛을 가진 수녀들은 준비해간 고추장을 꺼냈다.

고기로 만든 요리가 많았고 여러 종류의 과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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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교통은 몹시 혼잡했다. 신호등이 있는 건널목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복잡한 거리를 횡단하고 있었다.

우리가 탄 버스는 교통 혼잡을 피하고자 시가지를 벗어나 변두리로 들어섰다.

서민들이 사는 거리에 있는 도예가게가 운치 있었다.

쓰레기가 넘쳐나는 하천을 끼고 버스는 느리게 달렸다.

햇볕이 따가웠지만, 하천 옆에 있는 나무가 앙상한 가지에 시꺼먼 열매를 달고 선 것을 보며

지금이 겨울이라는 것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버스가 멈출 때마다 거리에 있는 이들과 눈이 마주쳤는데 사람들은 좋은 얼굴로 우리를 보고 웃어주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차도르를 쓴 여인들이 맨발로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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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연을 내뿜는 낡은 차들이 질주하는 거리를 낡은 옷을 입은 아이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창문이 없는 아파트 베란다에는 낡은 옷가지가 나부꼈다. 올드 카이로의 단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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