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김인순] 이집트 국립 고고학 박물관과 성 요셉 성당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이 있는 뉴카이로 중심부로 가는 길에

정부청사와 인터콘티넨탈 호텔, 은행, 기업체의 현대식 건물들이 밀집되어 있었다.

도시는 활발하고 거리는 사람들로 넘쳤다.

여자들은 머리에 다양한 문양의 히잡을 두르고 있었다.

히잡은 여자들에게 패션의 일종이어서 한사람이 평균 2~30개의 히잡을 갖고 있다고 한다.

여자들은 아침이면 오늘은 어떤 걸 두르고 나갈까 고민한다나.

우리의 안내자 모이세 총각의 말에 의하면

이집트 여자들이 예쁘지는 않은 데 히잡을 둘렀기 때문에 예뻐 보이는 거란다.

원래 회교국 여자들은 머리뿐이 아니라 온몸을 감싸는 차도르를 입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차도르는 나이 든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고 젊은 여성들은 히잡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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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카이로 박물관은 고대 이집트 왕족의 역사와 화려한 문명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거대한 박물관 내부에 유물들이 얼마나 많은지 전시라기보다는 그냥 나열해 놓았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현재 약 15만 점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으며

지하 수장고에 보관된 유물도 3만여 점이 넘는 세계최대의 이집트 유물 박물관이다.

일 층은 유물들을 시대별로 구분하여 진열해 놓았는데 51개 전시실에 고왕조, 중왕조, 신왕조의 유물들이 있다.

이 층에 올라가니 우리가 이미 사진을 통해서 알고 있는 투탄카문왕의 무덤에서 발굴된 유물과

이집트 신왕조 시대 왕과 왕비 등 왕족들의 미라 및 기타 유물들을 주제별로 전시하고 있었다.

전시물 대부분이 발굴된 피라미드에서 나온 유물들로 채워져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수많은 미라 중 바닥에 거울을 깔아 놓아 눕혀진 뒷모습까지 볼 수 있게 전시해 놓은 여자의 미라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거울에 비치는 황금에 싸인 미라 몸의 곡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절로 감탄이 우러나왔다

 

우리의 안내자는 몇 날을 둘러보아도 다 볼 수 없는 많은 유물 중

그리스도교 신앙의 기원과 관련 있는 유물을 중심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박물관에 들어가 첫 번째로 보게 된 유물은 알렉산드리아 지방의 로제타 마을에서 발견된 이래

로제타석으로 알려진 고대이집트의 비문이 적힌 돌이었다.

이 검은 현무암에 새겨진 비문에 적힌 상형문자를 해독하여

수천 년 동안 묻혀있던 고대 근동지방의 역사와 이집트의 문명, 왕조의 역사가 밝혀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초로 이스라엘이라는 민족의 이름이 언급된 BC 1207년에 만들어진 메르네프타 승리의 비문들이 일 층에 있었다.

왕골로 짠 바구니를 보면서 바구니에 담겨 강물 갈대숲에 감춰져 있던 아기 모세를 상상할 수 있었다.

출애굽 당시 이집트인들이 섬기던 반남반녀의 모양을 한 하피신상도 있었다.

하피신은 이집트의 풍산을 좌우하는 신으로 그 신을 섬기던 파라오 앞에서 모세가 보여준 열 가지의 재앙은

그들이 섬기는 하피신보다 위대한 유일한 하느님의 권능을 세상에 드러낸 사건이었다.

야훼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선택하신 이스라엘 백성을 구해내시고 당신만을 믿고 따르며 섬기라고 하신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이집트에서의 생활상과

그들을 구해내신 유일신이신 하느님의 구원 역사를 박물관의 유적 속에서 발견하고나니

출애굽 당시의 성경 세계가 생생하게 다가왔다.

 

박물관의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아쉬웠다.

 

성 요셉 성당에서의 미사

우리는 미사를 드리기 위해 프란체스코 수도원이 관리하는 성 요셉 성당으로 이동했다.

사람과 차로 뒤덮인 거리에 신호등이 없었다.

차선을 무시하고 달리는 수많은 자동차 사이로 사람들은 목숨을 건 무단 횡단을 하고 있었다.

깨끗한 흰색 대리석으로 지어진 성 요셉 성당을 보면서 나는 잠시 혼란스러웠다.

그동안 짧은 시간 동안 보았던 혼잡한 이집트의 분위기와 너무 다르게

깨끗하게 정돈된 전통적인 로마식 성전이었기 때문이다.

정숙한 분위기가 감도는 성전으로 들어간 우리는 널따랗고 천정이 높은 신자석을 지나 제대 뒤로 들어갔다.

 

그곳에 있는 작은 반원형 경당에서 우리는 순례지에서 드리는 첫 번째 미사를 봉헌했다.

신부님께서는 강론에서 ‘순례는 그리스도의 강생 신비를 더욱 깊이는 것이다.

순례를 통해 우리는 신앙의 원천을 찾아가 목을 축이고 생기를 찾는 여정을 가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지금 구약의 땅 이집트에 와 있다.

이곳에서 종살이의 구속에서 인도해 주시는 하느님을 생각하게 된다’고 하시면서

‘우리의 순례는 점점 더 주님께로 다가가고 있다.’ 고 말씀하셨다.

 

모두 우리의 마음을 한데로 모아주는 신부님의 강론을 맘속 깊이 담고 감동 속에 평화의 인사를 나누었다.

우리가 미사를 드리는 동안 이탈리아 할아버지 수사신부님 한 분이 옆에 앉아 계속 기도를 하고 계셨다.

그분은 순례자들이 올 때마다 그 자리에서 함께 기도에 참석하신다고 한다.

미사를 마치고 우리는 한국 교민이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가 한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한국을 떠난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마치도 한 달 이상은 된 사람들처럼

모두 식탁에 나온 두부, 콩나물, 김치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오는 거리는 어둑했다.

모이세는 차창 밖 시내를 보면서 우리에게 이집트의 풍속을 설명해주었다.

이집트는 날씨가 더워서 저녁에 축제나 행사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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