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김인순] 카파르나움

예수님께서 공생활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카파르나움은 베드로 수위권 성당에서 3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역사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예수님 시대의 카파르나움은 갈릴래아 호수에 인접한 중요한 상업 지역이었다고 한다.

 

카파르나움은 예수님의 고장(마태 9, 1), 예수님의 집이 있는 곳(마르 2, 1)이라고 불릴 정도로

예수님의 공생활과 밀접한 곳이다.

이곳에서 예수님은 첫 제자들인 시몬 베드로, 안드레아, 야고보, 요한을 부르셨다. (마르 1,16-20; 요한 1,35-42)

그리고 세관에서 일하던 알패오의 아들 레위(마태오)도 이곳에서 예수님을 만나 제자가 되었다.

(마르 2, 13-14; 마태 9, 9; 루카 5, 27-28)

카파르나움은 어느 곳보다도 예수님의 기적이 많이 행해진 곳이기도 하다.

열병으로 누워 있던 시몬 베드로의 장모 치유(마르 1,29-31), 죽었던 야이로의 딸 소생(마르 5,35-43),

악령 들린 자의 치유(루가 6,6-11), 중풍 병자를 치유시키셨으며(마르 2,1-12),

고관의 아들을 낫게 하신 기적(요한 4,46-53)등, 이외에도 수많은 기적을 행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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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예수님은 이곳 카파르나움에서 제자들을 불러 가르치시고,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병자들을 치유해주시고,

악마에게 사로잡힌 이들을 해방시키시고, 기도하시는 일상을 보내셨다.

예수님의 이러한 일상은 오늘도 세상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전하는 이들이

나날이 더욱 그 순도를 높여가야할 일상이기도하다.

하지만 예수님이 행하신 많은 기적을 보고도 카파르나움 사람들은 회개하는데 더디어

예수님에게 크게 야단을 맞기도했다.

” 너 카파르나움아, 네가 하늘까지 오를 성싶으냐? 저승까지 떨어질 것이다.

너에게 일어난 기적들이 소돔에서 일어났더라면, 그 고을은 오늘까지 남아 있을 것이다.”(마태 11,23).


‘예수님의 마을 카파르나움’이라는 팻말이 달린 문으로 들어서면 

잘 가꾸어진 정원에 선 커다란 베드로의 성상을 만나게 된다.

한 손에 하늘나라의 열쇠를 쥐고 있는 조각에서 크고 힘찬 베드로 사도의 위용이 느껴진다.

그곳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베드로의 집터 위에 배 모양으로 지은 성 베드로 기념성당이 있다.

5세기 초엽에 이미 베드로의 집터에 있던 경당이 갈릴래아 지방 그리스도인들의 중심지가 되었었지만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다.

다시 1894년에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에서 발굴작업을 시작하여

시나고가와 베드로의 집터를 확인 하고 기념성당을 지었다.

그때 사도 베드로의 집터에서는 ‘베드로’라는 희랍어로 쓰인 푯말과 어선의 그림을 발견했다고 한다.

 

성당은 발굴된 유적 터를 보존하기 위해 큰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배 모양으로 지어졌다.

외부의 모습이 보이도록 투명유리로 지은성 당은 전체적으로 현대적 감각이 물씬 풍긴다.

우리는 어선의 내부 같은 성당 중심에 있는 제대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오늘 신부님의 강론요지는 부르심에 관한 것이었다.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제자들을 부르신 예수님은 오늘, 우리를 부르신다. 사랑으로.

주님을 따르라 하심은 혼자만의 부르심이 아니다. 우리는 함께, 주님 곁에 머물고 배우며,

그분의 일을 하도록 부르심 받았다.’

 

미사를 마치자 안내자는 우리를 성당 아래로 데려가더니 투명한 유리바닥을 가리켰다.

어둠 속에 베드로의 집터 유적이 보였다.

내려다보이는 집터를 보면서 예수님께서 아픈 베드로의 장모를 낫게 하시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베드로의 장모는 유능한 고기잡이 사위가 어느 날 갑자기 어부 일을 그만두더니

예수님과 어울리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던 참에 예수님을 집에까지 데려오자 화병이 난 게 아니었을까.

그런데 장모는 베드로가 예수님을 모시고 자기가 누워있는 방으로 들어오자

그동안 가졌던 예수님에 대한 생각이 변했다.

예수님에게서 전해지는 평온과 확신을 느끼면서 사위 베드로가 왜 모든 걸 버리고 그분을 따르는지 이해했다.

그래서 예수님에게 가졌던 선입견과 신경성적인 두통이 사라진 게 아닐까.

그리고 예수님을 접대하는데 누구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을까.

누구나 예수님을 만나면 그분의 인품에서 우러나는 자비와 사랑에 매료되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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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의 집터 위에 세워진 성당에서 나와 열대나무들과 꽃이 만발한 작은 정원을 지난다.

그곳은 작은 야외 전시장으로 발굴현장에서 나온 조각품들, 기둥의 일부, 돌로 된 절구,

포도주를 짜는 돌 같은 것들이 놓여 있었다.

 

그 옆으로 예수님 당시의 주거지역이 발굴되어 있었다.

검은 현무암으로 된 집안은 대부분 좁았고 마당이 없었다.

문이 마주 보이는 사이로 난 좁은 길이 큰길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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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까이 붙어살다 보면 이웃의 사정을 너무도 잘 알아 좋은 일도 있겠지만 부작용도 많을 것 같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이웃 몰래 먹기란 거의 불가능했겠다.

밤늦게 친구를 위해 이웃을 찾아온 친구에 대한 비유가 떠올랐다.

아무리 캄캄한 밤이라도 저렇게 붙어 있는 집이라면 쉽게 찾아가 조를 수 있었을 것이다.

잠을 깬 친구는 옆집에 사는 사람을 생각해서 빨리 빵을 줘야 했겠다.

그리고 저렇게 작고 복잡한 집안에서 동전을 잃어버린 여자가

그걸 찾기 위해 얼마나 애썼을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성지순례를 다녀오면 성경 시대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던 선배 수녀님들의 말씀이 실감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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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지역 옆으로는 흰 대리석으로 지어진 거대한 유대인 회당인 시나고가를 볼 수 있다.

우리가 보는 건물은 4세기경에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예수님이 “생명의 빵”에 관하여 말씀하신 회당이라고 한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요한 6,35)

시간을 넘어서서 그분이 서 계시던 그곳에 와있다는 놀라움으로 마음이 두근거렸다.

 

카파르나움 주택가의 검은 돌로 지은 촘촘한 집들과 시나고가의 희고 웅장한 건물이

선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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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기 위해 우리는 다시 갈릴래아 호수 근처식당에 들어갔다.

갈릴래아 호수에 사는 물고기의 종류는 20여종이 된다고 한다.

가장 많이 잡히는 물고기는 청어, 그다음으로 그 다음으로는 베드로 물고기라고 하는 생선이라고 한다.

그런데 베드로의 고기라는 이름은 그리스도교가 생길 때부터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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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들어간 호수 근처 식당은 벌써 한국인 순례자들로 차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아 창밖으로 보이는 호수와 식사하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음식이 나왔다.

드디어 말로만 듣던 베드로의 물고기를 먹는 것이다.

접시에 놓인 생선튀김이 사람 수대로 놓였다.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에 덜 벗겨진 굵은 비늘과 억센 가시를 가진 생선으로 모양새가 험했다.

생선을 좋아하는 나도 알뜰하게 발라먹기가 어려웠다.

생선에 간이 없는 걸 보니 역시 갈릴래아는 바다가 아니라 담수호임이 분명하다.

레몬조각이 곁들여 나오긴 했지만 싱거운 데다 기름에 튀겨 느끼했기 때문에 고추장이 필요했다.

이런 생선은 간을 해서 조리거나 찜을 하면 더 맛있을 텐데 그런 요리법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지,

그나마 생선을 올리브유로 튀겼다는 것이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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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마치고 잠깐 호수 근처를 돌아보았다.
물속에 잠긴 바위에 갈매기 몇 마리가 한 방향으로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늘어진 나무 사이로 보이는 빈 의자가 운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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