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김인순] 겟세마니 동산과 고뇌의 대성당

겟세마니 동산

 

주님의 눈물 성당에서 가까운 곳에 겟세마니 동산이 있었다.

“겟세마니”,라는 지명은 올리브와 관련되는 ‘기름틀’, ‘착유기’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사실 겟세마니 동산은 올리브 동산이라고 불리기도 했을 만큼 이 장소는 옛날부터 올리브 나무가 많았고

그에 따른 가공업이 발달했을 것이었다.

겟세마니 동산의 올리브 정원에는 약 2,000살이 넘은 올리브 나무 몇 그루가 보존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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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무들은 예수님 시대부터 있었던 나무들이거나

적어도 예수님의 수난을 지켜본 원뿌리에서 돋아난 새싹이라고 한다.

말이 이천 년이지 그 긴 세월을 살아온 이 올리브 나무들은 그 옛날 예수님의 시간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오래된 나무들은 죽은 것 같이 딱딱하고 주름이 늘어졌어도 계속 새잎이 나오고 있었다.

마치도 죽음으로부터 생명을 불러일으킨 예수님의 메시지를 담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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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 기도하신 곳은 제자들이 머무는 곳으로부터 ‘돌을 던지면 닿을 만한 거리’(루카 22, 41)로

사도들의 동굴과 가까운 거리였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잠들었던 시간에도 예수님의 고통을 지켜본 올리브 고목들은 오늘도 이곳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예수님이 피땀을 흘리시며 기도하시던 그날 밤의 정경을 느끼도록 이끌어주고 있었다.

 

고뇌의 대성전 (the Basilica of the Agony)

 

올리브 동산을 둘러본 다음 ‘여러 민족의 대성당’이며 고뇌의 성당인 겟세마니 대성당으로 들어갔다.

예수님께서 죽음의 공포와 불안 속에서 고뇌하시며

온갖 정성을 다해 성부께 기도드리시던 곳(마르 14,32-42 ; 마태 26,36-46 ; 루카 22,39-46) 이기에

“고뇌의 대성전”이라고 불린다.

성당 정문 입구에는 올리브 고목을 조각해놓은 커다란 가림막이 순례자들을 압도했다.

성당 안은 지금까지 보아온 어떤 성당보다 어둡고 무거운 침묵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천장에 빛이 들어오는 곳이 없었다.

예수님께서 잡히시기 전날 밤, 홀로 죽음의 공포 속에서 피땀을 흘리며 아버지께 기도드리던 (루카 22,44)

무거운 분위기를 느끼도록 설계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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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제대 뒷벽에는 올리브 나무 아래 바위에서 예수님 홀로 기도하시는 그림이 있고,

제대 앞으로는 그 옛날 예수님께서 엎드려 기도하셨음 직한 커다란 바위가 가시덤불 형상의 울타리 안에 놓여 있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원하시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루카 22,42)

예수님께서 고뇌에 싸여 더욱 간절히 기도하시니, 땀이 핏방울처럼 되어 땅에 떨어졌다.(루카 22,44)

 

모두들 침묵 속에 그날 밤 예수님의 마음을 생각했다.

예수님의 간절한 기도를 아버지가 외면하셨을까.

아니, 하느님은 침묵하시면서 아들 예수님의’ 고통에 함께하셨다고 생각한다.

작고 좁은 사람의 마음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하느님 아버지의 커다란 마음 안에서 고통은 구원의 신비가 되었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사람들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죽음의 길을 가시는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

그 고통의 잔을 받아들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피하고 싶은 약한 사람이셨던 예수님.

 

누군가에게서 위로 받으셔야 할 순간에 홀로 내쳐짐을 당하신 예수님. (마태 26,39; 마르 14,35; 루카 22,41)

이 동산에서 기도하실 때부터 그분은 이미 죽음의 고통으로 들어 가셨을 것이다.

죄인인 나를 위해 죽음을 받아들이신 예수님.

늘 당신을 따른다면서도 다른 곳을 바라보는 나를 위해 죽음을 받아들이신 예수님.

나는 그분의 표현하기 힘든 큰 사랑 앞에서 말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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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세마니 대성당에서 나와 길 건너편에서 바라본 대성당의 정면 또한 장엄하고 상징적인 그림으로 꾸며져 있었다.

가운데 십자가 아래로 그리스어의 알파와 오메가가 쓰인 판을 들고 계신 성부가 계시고

그 아래편으로 세상의 죄악을 고통으로 승화시켜 봉헌하는 예수님의 모습이 있다.

양편으로는 예수님이 가시는 고난의 길에 동참하는 여인들과 제자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세상의 믿는 이들을 대변한다.

거대한 성전을 받치고 있는 네 개의 기둥 꼭대기에는 네 복음 사가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었다.

385년쯤에 지은 원래의 성당은 전쟁과 대지진으로 파괴되었고,

지금의 대성전은 프란치스코회에서 1924년에 지은 것인데

예루살렘에 있는 건축물 중 가장 아름다운 성당중 하나로 손꼽힌다고 한다.

겟세마니 대성당이 ‘고뇌의 대성전’이라는 이름 외에

‘여러 민족의 성전’(the Church of All Nations)이라고도 불리는데

그것은 세계 16개 그리스도교 국가 신자들의 헌금으로 지어진 성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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