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김인순] 최후의 만찬 방, 다윗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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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리스도교가 시작된 최후의 만찬 기념성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예수님께서 최후의 만찬을 행하시고, 예수님의 승천 후 제자들이 오순절에 성령강림을 체험한 이곳은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중심지가 되면서 구원의 도시인 예루살렘의 다른 이름,

“거룩한 시온”으로 인식되기 시작 했다.

 

이 최후의 만찬 기념성당은 또 그리스도교 최초의 공의회인 예루살렘 공의회가 열린 곳(사도 15,1-35)이기도 하다.

 

원래는 십자군 시대 때 지은 건물이지만 예루살렘의 다른 성지들처럼

수많은 종교전쟁으로 주인이 몇 차례 바뀌어 지금은 유다교의 소유가 되어 있었다.

순례자들에게는 건물 일부분만 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었다.

 

우리는 돌로 지은 오래된 이 층 건물로 올라갔다.

우리가 들어선 곳이 바로 예수님과 제자들이 마지막 만찬을 한 ‘이 층의 큰 방(루카 22,12)’이었다.

아치식 돌기둥이 천장을 떠받치고 있는 넓은 장소는 비어있었다.

바로 이곳에서 예수님은 제자들과 세상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시면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고(요한 13장),

당신자신을 내어주는 성체성사를 세우신 것이다.

 

빈방에 이 천 년 전 예수님의 흔적을 기억할만한 것은 없었다.

이 성당을 점령한 무슬림과 유다교에 의해 그리스도교의 흔적은 모두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치식 기둥 중간쯤에 전설의 새 펠리컨의 조각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의 몸을 쪼아 낸 피로 자식을 살린다는 펠리컨은

자신을 희생하여 세상을 구한 예수님의 상징적 이미지로 이 성당 안에 남은 유일한 그리스도교 상징이었다.

정사각형의 넓은 빈 방에서 우리는 요한복음에서 보여주는 최후의 만찬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세상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나누는 제자들과 예수님의 모습.

자기 죽음을 앞두고도 세상에 남겨질 제자들을 걱정하시는 예수님.

언제나 예수님의 그 지극한 사랑과 섬김을 헤아릴 수 있을지.

 

방 안쪽에는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는데 그곳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그곳이 바로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성모님과 제자들이 모여 기도하다가 성령을 받은 장소라고 한다(사도 1,12-14).

 

오늘날 그리스도교 순례자들은 작은형제회에서 원래의 기념 성전 터 바로 옆에 지은

최후만찬 기념 성전과 수도원에서 최후의 만찬미사와 성령강림 미사를 봉헌한다.

 

다윗의 무덤

1층으로 내려와 ‘다윗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갔다.

다윗의 무덤은 역사적이고 고고학적인 근거는 전혀 없고,

다만 다윗을 위대한 인물로 공경하는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그리고 유대교의 신심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유대인들에게는 통곡의 벽 다음으로 중요한 성지라고 했다.

베드로 사도의 오순절 설교 중

“그는 죽어 묻혔고 그의 무덤은 오늘날까지 우리 가운데에 남아 있습니다.”(사도 2, 29)는

다윗의 무덤이 마치 “최후의 만찬”이 행해졌던 곳에 있음을 암시하는 듯하다.

그때부터 최후의 만찬 경당이 있는 시온 산에 다윗의 무덤이 있다는 전승이 생겨났다고 한다.

 

다윗의 무덤 역시 남녀의 출입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었다.

들어가는 문 위편으로 율법을 담은 메주자가 달려 있었다.

물론 남자들이 출입하는 문 위에도 달려 있을 것이다.

 

안으로 들어갔더니 정면에 허름한 검은 비로드 천으로 싸인 큰 관 일부가 놓여 있었다.

관의 나머지는 무거운 휘장으로 가려진 반대편에 있는 남자들의 예배장소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까 다윗의 관 가운데에 휘장을 쳐 남자들과 여자들의 기도장소를 나누어 놓은 것이다.

실내의 규모는 남자들의 예배장소가 여자들이 들어가는 곳보다 3분의 2쯤 더 넓다고 한다.

 

마침 다윗의 무덤 안에는 우리밖에 없었기에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휘장을 살짝 들춰보았다.

검은 모자를 쓰고 휜 수염을 기른 유대인들 몇이 의자에 앉아

코란을 읽거나 다윗의 관을 만지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

 

유대인들의 전통적인 검은 의상과 귀밑으로 곱슬머리를 늘어뜨리고 검은 모자를 쓴 남자들의 모습은

아무리 보아도 이색적이고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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