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김인순] 성녀 안나 기념 성당

시온 산에 있는 성지를 둘러본 우리는 스테파노 성문(사자문)을 통하여 예루살렘 성안으로 들어갔다.

성안의 좁은 길 양편으로는 고만고만한 기념품 가게들이 이어졌다.

 

좁은 시장터 같은 거리는 여러 나라에서 온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복잡한 거리를 두리번거리면서 일행의 뒤를 따라가기 바쁜데

갑자기 자매들이 시장거리의 혼잡함을 뒤로하고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문안으로 들어섰다.

잎사귀가 무성한 열대 식물들과 나무 사이로 단아한 석조건물이 보였다.

이곳은 아프리카 선교 사목을 하는 빠드레 비안키 (Padre Bianchi)수도회라고 했다.

 

우리는 정원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성모님의 어머니 성 안나께 봉헌된 성당이 있었다.

투박할 정도로 단순한 성당은 회색빛 돌로 만들어져있었다.

환하고 밝은 곳에 있다가 성당 안으로 들어갔더니 거의 주변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웠다.

점차로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 아담하고 천장이 높은 성당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장식이 극히 절제된 초세기 풍의 건축양식으로 단순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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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당은 요아킴과 안나가 마리아를 낳은 집터인 지하 동굴 위에 세워진 성당이라고 한다.

천정이 높은 중앙 제대는 예수님의 유년기를 전하는 마태오와 루가 복음 성경의 이미지가 그려져 있었다.

바오로딸 수녀들이 부른 음반의 노래를 좋아한다는 안내자는

제대 앞에서 간단하게 조배를 마친 우리에게 성가를 불러주기를 청했다.

우리가 제대 앞에 서서 성가를 부르기 시작하자 성당은 우리의 노래로 가득 찼다.

 

응가대에 속하는 나는 곁에 선 자매의 아름다운 음성이 내 소리인 양 착각 하며 소리 높여 성가를 불렀다.

합창을 마치고 성가대 솔리스타인 크리스티나 수녀가 몇 곡의 노래를 더 불렀다.

조용하게 신자 석에 앉아 있던 외국인 순례자들이 우리의 노래가 끝나자 화답하듯 성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가 부를 때는 몰랐는데 남녀 혼성의 화음이 수준 이상인 그들의 찬양은

높은 천장을 돌아 내려오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그들이 성가를 끝냈을 때 우리는 그들과 눈인사를 나누며 조용히 성당을 빠져 나왔다.

처음 보는 외국인들과 예수님 안에 한 가족으로 주님의 묘하신 일을 찬미할 수 있었던 것이 지금도 마음에 남는다.

성당 우측 중간에 있는 계단을 내려가면 지하 경당이 나온다.

성모님의 부모인 성녀 안나와 요아킴 성인이 살았던 동굴에 지은 기념 경당이다.

동굴 옆 중앙 제대는 아기 마리아에게 봉헌 되었다.

 

성 안나 성당은 11세기 십자군 시대의 대표적인 건물로 비잔틴 건축양식이 잘 보존된 유일한 성전이라고 한다.

특히 고딕식 둥근 지붕의 아름다움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음치가 노래를 해도 천상의 소리로 들릴 정도로 완벽한 내부 공간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우리의 준비되지 못한 성가가 아름답게 울려 퍼진 것으로 잘 알 수 있었다.

성 안나 성당이 지금까지 이렇게 옛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는 것은 예루살렘을 점령한 이슬람의 살라딘 장군이

건물의 아름다움에 감탄하여 파괴하지 않고 보존하면서 이슬람교 신학교로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성전 출입문 위쪽에는 아랍어로 쓰인 신학교 현판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우리가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로 지내는 9월 8일이

바로 성 안나 성당의 축복일 이라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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