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김인순] 로마의 사도 바오로3 - 천국의 계단 성당과 트레 폰타네 성당

로마의 사도 바오로3 - 천국의 계단 성당과 트레 폰타네 성당 

 

사도 바오로가 참수된 트레 폰타네는 예전에 성 밖의 지역으로 공동묘지 터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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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입구, 아치형 문 안쪽으로 ‘기도하며 일하라’는 성 베네딕도의 가르침과 성상이 있다. 베네딕도 성인께 눈인사를 건네고 들어서면 왼편으로 트라피스트 수도원 건물이 보인다. 작은 연못이 있는 정원을 가운데 두고 오늘의 목적지인 뜨레 폰타네 성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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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 폰타네 성당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는 오른쪽으로 ‘천국의 계단’이라는 성모님께 봉헌된 성당으로 들어갔다. 디오클레시아누스 황제의 심한 박해로 순교한 만여 명 이상의 그리스도교인들이 이곳 공동묘지에 묻혔다고 한다. 박해가 끝난 다음 순교자들을 기념하여 그 자리에 성당이 지어졌다. 

 ‘천국의 계단’이라는 이름은 성 베르나르도가 이곳을 방문하여 기도하던 중 순교자들의 영혼들이 계단을 통해 하늘로 오르는 환시를 본 것에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몇 개의 낡은 계단을 올라 성당 안으로 들어가, 성당 제대 옆을 지나 지하로 내려가면 사도 바오로가 갇혔던 감옥 터에 만들어진 경당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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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단 옆에 보이는 녹슨 철창 안으로 사도 바오로가 처형당하기 전 세 시간 동안 머물렀다는 장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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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컴한 감옥은 좁고 습했다. 감옥 한가운데 놓여있는 꽃이 주변의 어두운 환경 속에서 유난히 도드라졌다. 이곳에서 처형시간을 기다리던 사도의 마음이 어땠을지, 주님과의 깊은 사랑으로 맺어진 사도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려웠다. 그는 그리스도를 만난 후 새로 태어나 예전의 것을 버리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에게 죽음이란 세상을 떠나 그토록 사랑하던 주님을 만나는 과정일 뿐이었다. 진정한 회개란 이런 것일 것이다. 

지난 시간을 잊고 지금과 미래만을 바라보는 삶. 

 

날마다 주님의 구원을 체험하면서도 옛것에 머물러 앞으로 내딛지 못하고 미지근한 삶을 살고 있는 나 자신이 안타깝다.  세상에서 달릴 길을 다 달리고 승리의 월계관이며 그토록 사랑했던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시간을 고대하며 이곳에 머물렀을 사도 바오로. 순교의 문을 열고 들어가, 목숨을 바쳐 자신을 사랑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던 시간이었을 것이다.  

 

트레 폰타네 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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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0년경에 지어진 트레 폰타네 성당은 로마시내의 화려한 성당들에 비해서 초라하리만큼 소박했다. 

그러나 주님을 만난 이후, 세상의 모든 것을 쓰레기로 여긴 사도 바오로의 마지막 삶을 묵상하는데 화려함은 없어도 좋았다. 

 

사도 바오로를 이야기할 때 꼭 사도 베드로를 함께 말한다. 잘 보면 사도 바오로 순교지인 이 성당 입구 윗편에 바오로와 베드로의 성상이 세워져 있다. 성당 안에도 성 베드로의 순교장면을 보여주는 그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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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부터 성격, 기질등 모든 것이 달랐던 분들이지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된 삶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낡아서  삐걱대는 마루를 지나서 들어선 성당 제대 오른편에 형 집행인이 사도의 목을 치자 잘린 머리가 튕기면서 그 자리마다 샘이 솟았다는 곳,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장소가 있었다. 그리고 처형당할 때 목을 뉘었다는 돌기둥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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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내 마음에 울리는 말씀이 있었다.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  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 내고도 남습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로마 8,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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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을까' 생각할수록 주님의 사랑에 마음이 북받친다. 이 사랑과 감사의 마음이 변덕스럽지 않고 항구하기를 바라며 기도했다.

나를 위해 목숨까지 아끼지 않으신 예수님의 사랑만으로 충만한, 변화된 삶을 살고 싶은 갈망이 마음에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