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5월 5일 들어오소서 (+ mp3)

5월 5일 들어오소서.

 

어렸을 땐 TV 채널이 두세 개뿐이었는데 지금은 수십 개인 것 같다. 그런데 막상 TV를 켜면 리모컨 채널 버튼만 계속 누르다가 몇 분 만에 꺼버린다. 그게 뭔지 정확히 몰라도 내가 보고 싶은 게 있는 거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p 듣고 싶은 것만 들을 수 있는 시대다. 언뜻 생각하면 좋은 것 같은데, 이게 문제라고 한다. TV 채널 숫자보다 세상은 훨씬 더 다양하고 넓은 데 자기가 아는 게 전부고 그것만 옳다고 믿기 때문일까, 사회갈등과 대립이 자주 극단으로 치닫곤 한다. 오죽하면 남의 얘기를 잘 들으면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다는 공익광고까지 나왔을까.

 

믿음은 곧 삶이다. 집을 손수 짓지 않았는데도 무너지지 않는다고 믿고, 안 가봤으면서도 도로 이정표와 내비게이션의 지시를 그대로 따른다. 이게 믿는 거다. 우리는 하느님을 이렇게 믿는가? 아니다. 내 지식을 믿고, 내 경험, 내 판단을 믿는다. 그것이 절대적인 진리가 아님을 알면서도 그렇게 고집을 부린다. 하느님 말씀도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예수님 삶도 보고 싶은 부분만 보며 그것들을 조합해서 새로운 구세주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까.

 

기도는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이고, 그분과 소통하는 것이며, 그분과 이루는 친교다. 다시 말해 하느님과 친해지고 그분을 사랑하는 거다. 친교와 사랑의 시작이자 마침은 서로에게 자신을 완전히 개방하는 것이다. 쉬운 말로 서로 솔직해지는 거다. 그래서 기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마음의 문을 여는 거다. 기도 시간 내내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이고, 그게 하느님께 마음을 여는 것이며, 성령님이 이끄시는 대로 따라나설 준비를 하는 거다.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에게 당신을 다 열고 계시니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 그게 걱정된다면, 그걸 못 믿겠다면, 글쎄 하느님과 소통할 다른 방법은 없을 것 같다. 하느님은 참 좋으신 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분,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사랑하시는 분이라고 믿어야 한다. 그러면 예수님이 하신 모든 말씀을 듣기 싫고 이해할 수 없어도 기꺼이 듣고, 그분의 행동이 맘에 들지 않아도 옳다고 할 것이며, 내키지 않아도 그분을 따라 나설 것이다. 그분은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시기 때문이다.

 

구세주 예수님, 제 행동의 거의 대부분은 무의식 세계가 지배한다고 합니다. 거기는 말 그대로 제 의식이 닿지 않는 곳이라서 거기에 뭐가 들어 있는지 모릅니다. 엉망진창 뒤죽박죽일게 분명합니다. 그러니까 옳고 선한 것을 알면서도 엉뚱한 걸 선택하고 그걸 따라 행동하겠지요. 그렇다고 거기로 들어가 그 모든 걸 정돈할 자신은 없습니다. 마음의 문을 열어드릴 테니 주님이 직접 들어가셔서 망가진 건 고쳐주시고, 흐트러진 건 모아 정돈해 주시고, 치워야 할 건 버려주세요. 저는 못 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가브리엘 천사의 말에 어머니의 태를 열어드린 것처럼 저도 성령님께 제 마음의 문을 열어드리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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