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5월 21일 조금 있으면 (+ mp3)

5월 21일 조금 있으면

 

오늘 복음은 다섯 절로 짧은데 ‘조금 있으면’이란 말이 일곱 번이나 반복적으로 나온다. 그 당시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사이 사흘을 의미했음을 우리는 알지만 제자들은 알 턱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말이 예수님의 재림을 기다리는 시간을 의미한다고 알아듣는다.

 

우리는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예수님이 다시 오심을 믿고 기다린다. 그날은 세상이 끝나고 완성되는 승리의 날이다. 그래서 다른 사이비 종교와는 달리 우리의 종말은 희망이고 기쁨이다. 우리는 그 사이 시간을 산다. 조금 있으면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린다.

 

우리의 기다림은 막연해서 조급증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죽음도 이기신 주님이 승리하신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사이, 조금 있으면 다시 오실 주님을 맞을 준비를 한다.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전한다. 성당이나 설교대에서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모든 곳에서 기회가 좋든 나쁘든 여러 가지 방식으로 복음을 전한다. 설교와 봉사뿐만 아니라 친절과 연대 그리고 침묵과 아름다운 죽음으로도 복음을 전한다.

 

그런데 제자들에게 그 조금이 사흘이었지만 아마 3년처럼 길었을 것 같다. 그들의 기대와 바람이 한순간에 무너져 그 사흘은 칠흑 같은 밤이었을 것이다. 예수님이 예고하신 대로 그들의 마음은 어둡고 산란했을 것이다. 그리고 약속하신 대로 주님은 그들을 다시 찾아오셨고, 제자들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온 세상으로 나가 복음을 전했다. 지금 우리가 그 사이, 2천 년이 아니라 제자들이 겪었던 그 사흘 속에 있는 것 같다. 복음 전파의 길이 막힌 것 같고, 길을 잃은 것 같다. 가장 기본적인 성사 생활도 어려워졌으니 말이다. 한 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고 믿는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복음을 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님, 지금 저희는 많이 혼란스럽습니다. 주님의 섭리를 믿는다며 핑계를 대고 이 혼란스러운 마음을 모른 체하지 않습니다. 제자들이 그때 혼란스러워하며 그 사흘을 보냈던 것처럼 저희도 이 시간을 혼란스러워하고 어려워하며 지냅니다. 그리고 저희 지난 생활을 철저히 되돌아보겠습니다. 다시 문이 열리거나 새로운 문이 열렸을 때 더 크고 분명하게 복음을 전하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수난과 죽음의 예고를 들은 아드님을 안으셨던 것처럼 혼란스럽고 어려움을 겪는 교회와 세상을 당신 품에 안아 주시고, 그 길을 보여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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