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5월 24일(주님승천대축일) 믿음을 키우는 선교 (+ mp3)

5월 24일(주님승천대축일) 믿음을 키우는 선교

 

“열한 제자는 갈릴래아로 떠나 예수님께서 분부하신 산으로 갔다. 그들은 예수님을 뵙고 엎드려 경배하였다. 그러나 더러는 의심하였다(마태 28,16-17).” 마태오 복음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제자들 중에 의심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증언한다. 그때 제자들도 그랬다니 큰 위로가 된다. 주님은 그들의 불신을 나무라지 않으시고 그런 그들에게 사명을 주셨다.

 

예수님은 믿음이 부족한 제자들을 나무라셨다. 제자들이 밤에 거센 풍랑을 만나자 죽는다고 호들갑을 떨었을 때(마태 8,26), 베드로가 예수님을 따라 물 위를 걷다가 거센 바람을 보고 물속으로 빠져들었을 때(마태 14,31) 예수님은 당신을 믿지 못한다고 그들을 꾸짖으셨다. 그런데 부활하신 후에는 안 그러셨다. 그들의 불신이나 약한 믿음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그보다는 아시면서도 모르는 체하셨을 거다. 아니다, 우리가 본래 그런 줄 아셨을 거다. 우리 믿음 안에는 늘 불신이 있다. 이 세상에서 완전한 믿음은 없을 것 같다. 믿음이 완전하다면 그것은 아마 더 이상 믿음이 필요 없게 되었을 때일거다.

 

그 당시 제자들의 상황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마태오 복음서에서 열한 제자들은 빈무 덤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다는 마리아 막달레나와 다른 마리아의 증언을 듣고 갈릴래아로 떠난 거였다(마태 28,10). 지금은 이렇게 말하면 큰일 나지만, 그때는 여자들의 말은 증언의 효력이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마리아 막달레나는 일곱 마귀의 지배 아래 살던 여인이었다(마르 16,9; 루카 8,2). 제자들은 그들의 증언을 믿고 길을 떠나야 했으니 그들의 마음이 어땠을지 헤아려진다.

 

주님은 의심하는 제자들을 나무라는 대신에 선교 사명을 주신 것 같다. 그 선교 사명이 그들의 믿음을 키워주고 주님께서 항상 그들과 함께 계신다는 걸 증언해 주었을 것이다. 복음 선포를 위한 완벽한 준비는 없다. 부족한 채로 시작하고 불안하면서 저지른다. 세상에 나의 신앙을 증언한다기보다는 그렇게 어쩔 수 없는 나의 불신을 이겨내는 것 같다. 제자들이 두 여인의 증언에 귀를 기울였던 것처럼, 가장 작은 이들에게서 주님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자세를 낮춘다. 어떤 큰일을 해야 할 것 같지만, 정작 가장 작은 이들이 바라는 것은 그런 게 아니다. 배고프니 밥을 주고, 입을 옷을 주고, 외롭고 불안해하지 않게 함께 있는 거다. 그들의 목소리가 더 작아져 듣지 못하기 전에 그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하겠다.

 

주님,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니 영적으로는 빈곤해지는 것 같습니다. 물질적으로 궁핍해지고 도전과 박해가 있으면 영적으로는 더욱 풍요로워진다고 배웠습니다. 제 마음에, 공동체 안에 가장 작은 이들이 없어지면 주님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어려워집니다. 저희와 늘 함께 계시겠지만 주님의 말씀을 듣지 못하니 사는 게 재미없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것 같습니다. 그 산 위에서 의심하는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을 다시 생각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주님의 길을 보고 생명의 말씀을 들을 수 있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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