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6월 30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 mp3)

6월 30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한 일주일 전부터 마당 창고 지붕 위에 한 고양이 가족이 자리를 틀었다. 오가며 서툰 고양이 소리로 말을 걸어봤지만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어미가 보이지 않았다. 새끼 두 마리만 남아 잠을 자는지 어쩐지 하루 종일 가만히 있었다. 새끼 고양이 답지 않아 이상하다는 생각과 함께 어미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직감했다. 아마 사냥을 나갔다가 변을 당했나 보다. 어미 잃은 새끼 고양이들은 며칠째 밥은 고사하고 물도 한 모금 못 마셨을 것 같아 불쌍해 보였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급한 대로 잘게 자른 어묵과 물을 주고 내려왔더니 예상대로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새끼들이 자라 지붕에서 스스로 내려올 수 있을 때까지만 돌봐주어야겠다.

 

매체들이 전하는 세상은 내일이라도 당장 멸망할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경제가 정말 어렵다고 한다. 돌고 돌아 돈이라고 한다던데 돈이 돌지 않으니 그런 거겠지. 그 비싼 면세품 명품 가게는 한 시간 만에 물건이 동이 났다고 하니, 재화가 부족한 게 아니라 어딘가에 쌓여 있어 돌지 못하는 거다. 이럴 때 개탄스럽다고 말하나 보다.

 

홍길동처럼 남의 곳간을 털어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줄 수는 없다. 그렇다고 불평하고 비난하고 원망하는 건 시간 낭비 정력 낭비다. 그래봐야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고 내 마음만 어둡고 무거워질 뿐이다. 장난치며 놀지 않는 두 새끼 고양이를 보며 어미에게 변이 생겼고 쟤네들이 며칠 굶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 것처럼, 주님께서 지금 여기에서 내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알려주실 것이다.

 

걱정과 불평의 거의 대부분은 쓸데없는 것들이라고 한다. 세상을 바꾸려는 결심 같은 건 생각도 하지 않는다. 예수님도 못 바꾼 세상, 하느님도 죄인으로 몰아 죽이는 세상을 무슨 수로 바꾸겠나. 그렇다고 자포자기하며 불평과 비난으로 시간을 보내는 비겁한 겁쟁이가 되지는 않는다. 지금 여기에서 주님께서 보여주고 알려주시는 일 들 중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 친구를 위해 목숨을 내놓는 건 가장 큰 사랑이지 일상이 될 수는 없다.

 

예수님, 주님께 꾸지람을 듣기 전에 제 마음을 어둡고 무겁게 하는 쓸데없는 걱정과 불평을 내다 버립니다. 그런 것들은 방안의 먼지처럼 정말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것들이니 쓸어 밖으로 내다 버려야 합니다. 한 쪽문이 닫혔으니 다른 쪽 문을 열어주시겠죠. 그 안에 뭐가 있는지 몰라 불안하고 살짝 두렵기도 하지만 조심스럽게 이 문 저 문을 두드립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미 잃은 저 새끼 고양이들은 도움을 받지 않으면 굶어죽을 겁니다. 스스로 먹이활동을 하기 까지는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 세상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주님의 말씀을 잘 알아듣고 게으름 부리지 말고 용기 내어 움직이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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