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7월 7일 한 가지 마음으로 (+ mp3)

7월 7일 한 가지 마음으로

 

구약성경에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금송아지를 비롯한 여러 우상들을 섬겼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우주를 탐험하고 달에 집을 짓는 계획을 세우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우상숭배는 참으로 어리석은 행동이다. 사람들이 그렇게 되는 이유가 우선 우상은 보거나 만질 수 있고, 인간의 모습과 유사하고, 그것들의 이야기를 다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한 마디로 우상은 인간들의 바람이나 욕망을 형상화해놓은 것 같다.

 

이스라엘 민족은 노예생활을 하던 이집트를 탈출해서 하느님이 마련하신 땅인 가나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그 지역 문화와 종교의 영향을 받아 이스라엘 신앙의 순수성이 많은 도전을 받았다. 그런 일들은 그 이후에도 여러 가지 형태로 지속됐지만, 사실 광야에서 지내는 동안에도 이미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금송아지를 만들었던 사건이다. 가나안에서 송아지 혹은 젊은 황소는 풍요와 번영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전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지라고 불리는 미국 월스트리트에 황소 동상이 있는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다.

 

우상은 우리 바람과 욕망을 형상화해놓은 것이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과 그 능력에 관한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 거다. 오늘날 그런 것들이 실제로 존재하고 그런 능력을 지녔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이제 사람들은 금송아지나 다른 신의 조각상 앞에서 절하며 기도하지 않는다. 그 대신 십자가와 부처상 앞에서 절하며 기도한다. 경배하는 조각상만 바뀌었지 기도하는 내용과 바람은 똑같은 것 같다.

 

살면서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 친구가 된다는 건 큰 축복이다. 십자가 앞에서 절하며 주님께서 가신 길을 잘 따라가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그리스도인, 그리고 부처상 앞에서 절하며 자신을 비워 자비를 베푸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불자를 만나기 쉽지 않다. 사람들은 오늘날도 여전히 우상을 만든다. 부자가 되고, 사람들의 인정과 사랑을 받으며,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런 바람들이 세상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매일 보고 괴로워한다. 그런데도 그런 바람을 버리지 못한다. 그런 바람과 욕망이, 그 우상이 우리를 구원하지 못하는 줄 알면서도 버리지 못한다.

 

구세주 예수님, 교부들은 주님께서 겟세마니 동산에서 피땀을 흘리며 기도하셨던 게 회개하지 않는 인류와 그의 죄를 내다보셨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 금송아지는 모세가 부셨는데, 지금 우리의 우상은 누가 부셔줄까요? 이런 세상을 비난할 처지가 못 됩니다. 성공과 번영, 인정과 칭찬의 유혹은 제 안에 그리고 제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함께 있으면 안 되는 것들이 제 안에는 있습니다. 금송아지를 들고 십자가의 주님을 따르겠다고 하는 겁니다. 말뿐이라도, 오늘만이라도 그것들을 버리고 순수하게 주님을 따르겠다고 고백합니다. 십자가 위에서 당신을 봉헌하지 않으셨다면 저희는 어쩔 뻔했습니까?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오늘도 성찬례 안에서 당신을 봉헌하시는 아드님을 기억하고, 믿음을 더욱 순수하게 하려는 저를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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