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7월 13일 선물 (+ mp3)

7월 13일 선물

 

뇌물이 아니라면 선물은 반갑다. 기도 선물보다는 물건이, 물건보다는 돈 봉투가 더 좋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역시 마음과 정성이 담긴 작은 선물이 가장 좋고 감동을 준다. 수도자들의 단순한 서원문 낭독이 감동을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봉헌은 아름답다. 아니 아름다워야 한다.

 

하느님은 아드님을 통해서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다. 그런데 이 선물은 선물보다는 뇌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아닌 하느님께 받았으니 반드시 뭔가 해드려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계명을 잘 지키고 가장 작은 이들에게 잘 해주어야 할 의무가 지어지는 느낌이다.

 

선물은 아무런 기대나 의도가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주는 거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신다. 사실 죄인들에게 바랄 게 뭐 있겠으며 우주 만물이 모두 당신의 것이고 완전하신 분이 우리에게서 선물을 기대하실 리가 없다. 그분의 선물은 순수하다. 지극히 순수하셔서 모든 것이 다 보이는 하느님이 주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하느님의 선물, 하느님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아마도 우리의 죄 때문일 거다. 선악과만은 따먹지 말라던 하느님의 계명을 어기고 숨은 아담과 하와의 그 모습이다. 알몸인 게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두려워서 아버지 어머니 하느님이 찾으시는 데도 숨었다(창세 2,10). 죄가 하느님을 무서워하게 그리고 하느님과 멀어지게 만들었다. 본래 하느님과 우리는 그런 사이가 아니었다. 아무런 보답을 바라지 않고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다. 사랑하는 사이인데, 있는 힘을 다해 사랑해야 하는 관계가 되어 버렸다. 그러니 계명을 지키고 가장 작은이들을 돌보는 일이 의무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는 날까지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예수님, 이사야 예언자가 전한 “더 이상 헛된 제물을 가져오지 마라(이사 1,13).”는 하느님의 말씀이 마음을 움직입니다. 봉헌은 순수하고 아름다워야 하는데 어쩌다 이리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하느님처럼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완전히 순수하게 신뢰하며 모든 것을 내어주게 되기를 바랍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봉사의 첫 번째 수혜자는 봉사자 자신임을 기억합니다. 봉사와 사랑이 보답을 바라지 않는 건 그 자체로 이미 선물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더 순수하게 내어줄 수 있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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