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8월 3일 마음의 평화 (+ mp3)

8월 3일 마음의 평화

 

아랫마을 하천 물소리가 무섭게 들린다. 매번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대자연 앞에 인간은 참으로 작고 그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웃들이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라며 두 손 모아 기도할 뿐이다.

 

자연은 무심하다. 내가 바라든 말든 기도하든 안 하든 자연은 자기가 갈 길을 간다. 그래서 자연은 무자비하다는 말까지 나왔을 거다. 나는 바람을 멈추고 비를 그치게 할 수 없다. 바람이 약해지고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 시간이 지나면 너무 더워 힘들다고 하겠지. 우리는 정말 이 안에서 산다.

 

비가 그만 내리기를 바라고 기도하지만 그건 내 바람일 뿐이다. 대자연이 무슨 계획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 하느님이 우리를 단련시키고 뭔가 가르쳐주시려고 이런 시련을 주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도하지만 그렇다고 자연이 자신의 길을 바꿀 거라고 바라지 않는다. 바람, 안타까움, 원망이 뒤섞인 기도는 하느님과 나를 조금 더 친하게 만들어 줄 거다.

 

거짓 예언자는 자신과 공동체가 바라는 걸 하느님의 뜻이고, 열심히 기도하면 하느님이 그걸 이루어주실 것이라고 말한다. 많이 봉헌하면 더 빨리 이루어주실 거라고도 한다. 참 예언자는 세상의 미움을 받아도 사실과 진실을 말한다. 이렇게 살면 망할 거라고 경고한다. 나무멍에를 부수며 사람들의 귀에 달콤한 거짓말을 하느님의 이름으로 전했던 하난야 예언자는 결국 사람들에게 그 대신 더 무거운 쇠 멍에를 짊어주게 되어버렸다(예레 28,13).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어떻게 해석하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의 바람과 내가 좋아하는 것이 곧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의 생각과 하느님의 생각이 다르고 그분의 시간표와 나의 시간표가 같을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것은 그것이 이루어지든 안 이루어지든 이 비로 이웃들이 다치지 않기를 바라며 기도하고, 다친 이웃들을 도와주는 일이다. 또다시, 이 모든 일이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 위함이라고 있는 힘을 다해 믿는다.

 

주님, 우리는 이 폭풍우 안에 있지만 주님은 이 밖에 그리고 이 안에도 계시니 평화로우십니다. 그래서 그때 물 위를 걸어오셨고 풍랑에 뒤집힐 것 같은 작은 배 안에서도 곤하게 주무셨습니다. 저의 마음은 하루에도 몇 번씩 풍랑과 폭풍우를 만납니다. 다 제 바람을 고집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분은 좋지 않겠지만 그것 또한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라고 믿고 고백하면 그 고약한 풍랑은 가라앉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주님을 믿어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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