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8월 13일 받은 은혜 기억하기 (+mp3)

8월 13일 받은 은혜 기억하기

 

순교하지 않는 한 죽은 후 바로 하느님과 뜨거운 포옹을 하며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어려울 것 같다. 그때 마지막으로 하느님의 자비를 입게 된다. 연옥이라는 곳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일 재판정에서 즉결심판으로 천당이나 지옥행이 결정된다면 그 불안함 때문에 여기가 바로 지옥이 될 것이다.

 

그곳에서 내 영혼은 마지막으로 정화된다. 나의 죄를 후회하고 슬퍼하고 아파한다. 하느님의 정의로운 심판에 따른 은혜로운 벌이다. 그렇게 큰 자비를 입었으면서도 이웃에게는 인색했던 시간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후회하고 괴로워할 것이다. 이것이 연옥의 형벌이고 천국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단련의 기회이다.

 

희생보다 용서가 더 어렵다. 그런 걸 예수님은 일흔일곱이나 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마태 18,22). 절망적으로 들린다. 우리에게는 복수와 앙갚음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용서와 인내만 할 수 있다. 심판은 하느님의 몫이다. 하지만 이 또한 하느님의 지혜와 사랑이라는 걸 잘 안다. 내가 미워하는 사람은 아무렇지 않고 내가 미움의 날카로움으로 또 상처를 입는다. 앙갚음하면 그 순간만 시원하고 그 후 계속 씁쓸하다. 이웃을 험담할 때는 신나지만 뒤돌아서자마자 곧 비참해진다. 그것을 듣는 이들은 오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마음이 더러워진다. 그러니 미워하지 말고 복수하지 말고 험담하지 말아야 한다.

 

복음에 나오는 만 탈렌트의 빚은 개인이 갚을 수 없는 진짜로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그런데도 그는 그걸 다 갚겠다고 기다려달라고 간청했다. 어림없는 소리다. 그 임금은 그가 말은 그리하지만 갚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불쌍해서 그 빚을 탕감해 주었다. 그런 은혜를 입었으니 당연히 다른 이들에게도 그렇게 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화가 난 임금은 그를 잡아 고문형리에 넘겨 그 빚에 해당하는 고문을 다 받게 했다(마태 18,34). 천문학적인 금액에 해당하는 고문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연옥에서 그런 합당한 벌을 받느니 차라리 그냥 지옥으로 떨어지는 게 나을지 모르겠다. 아니다, 그래도 끝까지 참고 견뎌서 천국에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연옥에서 그런 고문을 받는 것보다 지금 여기서 용서하는 게 백배 천배 낫다.

 

예수님, 주님의 그 비유 말씀에서 나오는 숫자들은 현실적으로는 과장된 표현이지만, 실제로 우리가 입은 자비와 자비를 베풀지 않은 것에 대한 벌은 과장이 아닙니다. 준 것은 잊고 받은 것만 기억하게 도와주소서. 그렇지 않으면 용서하기 힘들고 자비로워지지 않을 겁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를 통해 받은 은혜에 고마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잊지 않고 또다시 감사하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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