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8월 19일 배워야 할 이상한 셈법 (+ mp3)

8월 19일 배워야 할 이상한 셈법

 

하느님 나라는 사랑과 자비 그리고 용서한 이들의 나라다.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의 것인데 우리들에게 주셨다. 우리가 노력해서 이룩한 나라가 아니다. 선물로 그냥 받은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거기에 아무런 권리 주장을 할 수 없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그 포도밭 주인의 셈법은 언뜻 보면 공정하지 못한 것 같지만 부정하지 않다. 그들 각자와 맺은 계약대로 품삯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 주인이 일꾼들을 산 목적은 포도 수확이 아니라 그들에게 품삯을 주는 것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한 시간밖에 일하지 않은 이에게도 하루 품삯을 주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 주인이 정의롭지 못하다고 불평하지만 그는 정당하고 정의롭다고 자신한다. 그가 그의 것을 자기 마음대로 쓰는 걸 두고 불평할 수 없고, 그가 공정하지 못하게 보일 정도로 후한 것을 시기할 수 없다. 불평하지 말고 시기하지 않아야 한다. 내가 다섯 시에 포도밭에 온 그 일꾼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 주인이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것은 자신을 아침부터 뙤약볕에서 일한 일꾼으로 여기거나 하느님 나라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한 시간 일하고 하루 품삯을 받은 이에게 다가가 ‘나는 하루 종일 일해서 하루 품삯을 받았는데, 자네는 한 시간만 일하고도 그만큼 받았으니 정말 잘 됐네. 진심으로 축하해.’라고 인사할 수 있다면 그는 이미 하느님 나라에서 사는 사람이다. 이는 문법적으로 잘못된 문장이 아니다. 그래도 어색한 이유는 마음이 아직 하느님 나라에서 멀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정말 이 비유 말씀대로 하셨다. 십자가 위에서 함께 달린 한 도둑에게 그가 마지막으로 가장 귀한 것을 훔치게 허락하셨다(루카 23,42-43).

 

예수님, 아우가 돌아왔다고 성대한 잔치를 베푸는 아버지에게 화난 첫째 아들과 한 시간만 일하고 하루 품삯을 주는 주인에게 불평하는 그 일꾼의 마음을 아주 잘 압니다. 경쟁과 성공의 원리가 주님 나라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음을 알지만 그 원리가 뼈 속 깊이 박혀 있어 주님의 후한 처사를 인정하기 참 어렵습니다. 이기지 않아도 되고 성공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매일 매 순간 제 자신에게 말해줘야 하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주님의 이 이상한 셈법을 배워 익히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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