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8월 20일 순종(+ mp3)

8월 20일(성 베르나르도 기념일) 순종

 

신앙의 가르침이 아니더라도 초등학교 수준의 윤리도덕 지식만으로도 세상은 평화로워질 것 같다. 배려하고 양보하고 서로 도우며 공동선을 존중한다면 세상은 이렇게 시끄럽지 않을 것이다.

 

의식적인 것보다는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많다고 한다. 선한 의지보다는 습관적으로 하는 말과 행동이 많다. 기계처럼 매번 똑같이 말하고 행동한다. 사람은 아는 대로 살지 않고 믿는 대로 산다. 여기서 믿음은 종교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무의식 안에 새겨진 유아기의 생존법칙들이다. 그 안에는 잉태되면서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들도 많은 것 같다.

 

세례는 이런 나는 죽고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남을 의미한다. 하지만 예비자 교리 몇 번 들은 것으로 한 사람의 거대한 무의식의 세계가 무너지고 복음적인 세계가 새롭게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교리는 교리, 여전히 나는 나인 것 같다.

 

쉽지 않아도 어떻게 해서든 바꾸어야 한다. 나는 못하니 하느님께서 직접 해달라고 청한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건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주님의 가르침대로 하는 것이다. 나와 우리 모두를 살리는 생명의 법이(로마 8,2) 그분의 가르침 안에 있다. 모세가 돌판에 새겨진 하느님의 법을 받았다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에 하느님의 법인 성령을 받았다(2코린 3,3). 더 정확히 말하면 거대하고 단단한 무의식의 세계로 그리스도 예수님의 영을 모셔 들였다. 그리고 정기적이고 잦은 양심 성찰이 내 안에서 그분의 활동 영역을 넓게 만든다.

 

성령님, 제 안으로 어서 들어오소서. 입으로만 주님을 믿는다고 하고 행동은 정체 모를 그것의 지시를 따릅니다. 수없이 굳게 결심하지만 그것을 이기지 못합니다. 그러니 그것을 이기겠다고가 아니라 성령님이 이끄시는 대로 따르겠다고 결심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겁내지 말고 모든 것을 맡기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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