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이종훈] 9월 6일(연중 23주일) 하나가 되는 길 (+ mp3)

9월 6일(연중 23주일) 하나가 되는 길

 

“네 형제가 너에게 죄를 짓거든, 가서 단둘이 만나 그를 타일러라. 그가 네 말을 들으면 네가 그 형제를 얻은 것이다(마태 18,15).” 예수님 말씀이지만 따르기 어렵다. 말씀 그대로 했다간 둘의 말소리가 점점 커지고 어떨 때는 형제를 얻기는커녕 더 멀어지기 쉽다. 함께 사는 건 어렵다. 그래도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한다, 서로 사랑해야 하니까.

 

요즘에는 충고라고 잘못 말했다간 꼰대짓 한다고 비난받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그리스도인으로서 형제자매의 잘못을 외면할 수 없다. 우리는 공동체이고, 후에 하느님은 그를 타이르고 충고하지 않은 책임을 물으실 것이기 때문이다(에제 33,8). 타이르면 욕먹고 안 하면 벌받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고민 이전에 나에게 묻는다. 내가 하려는 그 충고는 합당하고 적절한가? 나는 그럴 자격은 있나? 이 두 질문을 합하면 나는 그를 사랑하나이다. 살레시오 성인은 형제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고 충고할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가 나의 충심과 사랑을 모르면 나의 충고에 십중팔구 상처받고 나를 미워하게 된다. 그렇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가장 좋은 충고는 말하거나 어설프게 가르치려 하지 않고 내가 너를 사랑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니 그를 위해 기도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우리는 함께 살고 함께 살아야 한다. 혼자 살면 자기밖에 모르니 어른이 되지 못한다. 기도는 골방에 들어가 혼자 하지만(마태 5,6), 둘이나 셋이 주님의 이름으로 모인 곳에서는 주님을 만나고 그들이 마음 모아 기도하면 하느님은 이루어주신다(마태 18,19-20). 기쁘고 동시에 도전적인 약속이다. 주님은 전례 안에 현존하신다. 말씀 안에, 성체 안에, 주례사제 안에, 거기에 모인 회중 안에 살아계신다. 그리고 주님은 가장 작은이들과 함께 사신다. 너와 나는 하나가 되기 어렵지만 가장 작은이들 안에서 쉽게 하나가 된다. 자신이 작아지고 가난해지면 그게 훨씬 더 쉽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5,3).”

 

예수님, 땅 위에서 살지만 마음은 언제나 하늘을 향해 열어둡니다. 제 안에 녹아 저와 하나가 되어 있는 것들이 형제와 하나가 되는 걸 방해합니다. 옳음에 대한 확신이 형제를 판단하고 고집을 부리게 하고 미워하게 만듭니다. 떼어 내려 하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냥 같이 살기로 했습니다. 그 녀석이 온몸을 흔들며 떠들어도 저는 주님의 계명을 따르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드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기까지 하면서 알려주신 그 길로 저를 인도해 주소서. 아멘.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