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김대열] 20130608 티없으신 성모성심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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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6월8일 티없으신 성모성심 기념일 복음묵상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루카2,51)

—-

 

이야기 하나.

마음속에 간직한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이런 식으로 이해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세상이 너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 안에 살아가는 우리도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으로 살아가고 있다.

여유를 찾기 힘들고, 조급함이 어디에서도 보인다.

아래 윗집에서 생기는 소음에도 서로를 해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나눔에도 사랑에도 계산이 들어간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 큰 소리를 내거나,

아니면 철저하게 혼자의 삶을 살아가려 한다.

 

우리도 성모님께서 보여주신 것처럼 마음에 간직하는 연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나쁜 마음을 품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곧바로 부정적으로 반응하지 말고, 조금 여유 있게 부딪힌 상황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연습을 하자는 것이다.

세상이 인스턴트가 되다 보니, 우리의 삶도 인스턴트로 변하고 마는 느낌이다.

 

일부러 하늘도 쳐다보고, 별들도 쳐다보고 들꽃들에 눈도 좀 주고, 새소리에 귀도 기울일 수 있는, 그래서 아름다움에 눈물도 흘릴 수 있었던 우리의 모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이야기 둘

그럼에도, 세상에는 참 열심하고 아름답게 사는 이들이 많다.

 

얼마 전에는 로봇소년 세진이가 세상에 소개되면서 그의 때없이 맑고 순수한 눈빛과 그 어머니의 사랑에 울먹이고 말았다.

어제는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마지막으로 소개한 여든 살이 넘으신 병든 부친을 위해 9년간 매일 세 시간 이상 걸어서 사이다를 사러 다니는 지적 장애자 두 형제의 아름다운 효심과 형제애를 보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오늘은 또 다른 프로그램에서 네 살에 교통사고로 왼쪽 팔과 왼쪽 다리를 잃었지만, 건강하다고 말하는 이들에게서조차 찾기 힘든 정말 아름답고 건강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한 청년과 요즈음 세상에서는 쉽게 눈에 띄지 않을 듯한 맑고 깨끗한 마음을 가진 한 처녀의 갸륵한 사랑 이야기를 보고 또 울먹거린다.

또 최근에 시작된 ‘못난이 주의보’라는 매일 드라마를 저녁 식사와 함께 즐겨 보고 있는데, 남자 주인공의 여리고 착한 마음이 울컥거리게 할 때가 많아 숟가락을 자주 놓게 된다.

 

엉터리로 사는 이들은 눈에 잘 띄고, 잘 사는 이들은 잘 보이지 않기 마련이다.

우리의 가까운 이웃들 안에서도 정말 열심히 잘 살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음을 믿는다.

아름답게 잘 살고 있는 이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아름다운 삶을 사는 이들이 있고 아름다운 마음을 전하는 이들이 있는 한 세상은 희망적이다.

아니 늘 세상에는 이런 이들이 있었고 그러기에 세상은 늘 희망적이다.

 

이야기 셋

티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이다.

성모님처럼 티없이 깨끗한 마음으로 살 수는 없겠지만 그 마음을 닮아보려는 마음은 가능하다.

티없이 살고자 하는 모습이 세상의 눈에는 바보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바보로 보는 사람들이 진짜 바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윤동주 시인의 더없이 아름다운 고백으로 맺을까 한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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