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케치북

 

[김대열] 20131004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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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10월4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축일 금요일 복음묵상

 

“자루 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앉아 회개하였을 것이다.” (루카10,13)

 

혼신의 힘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뉘우침 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시면서 극도의 안타까움을 토해내시는 예수님의 말씀이다.

 

자루 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리고 그 이유가 뉘우침을 보이는 행위라는 것을 생각해본다.

저지른 죄에 대해 자루 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쓸 정도의 마음으로 뉘우친 기억이 있는지 떠올려본다.

 

인간의 나약함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 중 하나가 욕망에 기울어지기 쉬운 성향이 아닐까 싶다.

 

인간은 욕망에 사로잡히면 다른 것은 보이지 않고, 그 안에만 머무르게 되나 보다.

그 끝이 허무일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순간에는 떠올릴 수 없나 보다.

늘 결과를 보고 후회를 하는 우리의 모습이 아프기만 한다.

그것이 욕망의 힘일 것이다.

 

여기서 하나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무엇인가를 바란다는 것 자체가 잘못 되었다는 말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무엇’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옳은 것을 바라는 것을 희망이라고 한다.

옳지 못한 것을 바라는 것을 욕망이라고 한다.

희망은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살릴 수 있는 힘이다.

욕망은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마저 죽일 수 있는 힘이다.

 

그렇다.

우리는 이 삶 안에서 무엇인가를 바라며 살아가야만 한다.

그리고 희망과 욕망을 혼돈해가며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

때로는 그 혼돈 때문에 좌절도 하고, 다시 일어서기도 한다.

 

욕망은 우리의 또 다른 하나의 본성임을 인정하자.

따라서 우리가 이 삶을 마치기 전까지는 욕망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말은 우리 모두는 세상의 여정이 끝나는 순간까지 그분 앞에 죄인일 수밖에 없음을 말한다.

 

하지만 희망해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죄를 통해 얻게 된 상처를 통해서라도 우리를 성장케 하시고자 하는 분이시다.

오늘 축일의 주인공인 성 프란치스코 역시 세상의 죄와 자신 안의 죄를 바라보면서 참 눈이 열리신 분이셨다.

죄에 대해 아파하는 만큼, 한 뼘이라도 그분 앞에 다가설 수 있는 마음을 키워야 한다.

 

자루 옷을 입고 머리에 재를 뿌리는 마음으로 눈물로 참회할 수 있는 우리이기를 기도한다.

욕망보다는 희망으로 자신의 삶을 채울 수 있는 우리이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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