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감사와 구원
나병환자 열 사람이 치유됐다. 그들 모두 불치병이 나았으니 정말 기뻐했을 거다. 그런데 그중 한 사람, 외국인 사마리아 사람만 하느님을 찬양하며 예수님께 돌아와 엎드려 감사를 드렸다. 그런 그에게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외국인 말고는 아무도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러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냐?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루카 17,18.19).”
태초에 하늘과 땅을 지어 만드실 때 하느님은 엿샛날까지 일을 다 마치시고 이렛날에는 쉬셨다. 그날에 복을 내리시고 그날을 거룩하게 하셨다. 그렇게 창조사업을 완성하셨다. 만들기를 끝낸 게 아니라 다 만들고 이렛날에 쉬신 게 창조의 완성이었다(창세 2,2-3). 치유가 아니라 하느님께 돌아와 감사함이 구원이다.
좋은 일이 생기면 그에 대한 반응은 세 가지인 것 같다. 한 사람은 자신이 노력한 결과라고 여겨 뿌듯해하고, 다른 사람은 운이 좋아 얻은 행운이라고 기뻐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그 모든 게 하느님께서 이루어주신 일이라고 하느님을 찬양하고 고마워하며 합당한 예물까지 봉헌한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이 잘 안돼서 실패했을 때, 자신의 능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자책하는 사람, 운이 나빠서 그런 거라고 실망하는 사람, 그리고 하느님은 다른 계획이 있으신 것 같다고 생각하거나 더 좋은 것을 주시려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
모든 일에 감사한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이다(1테살 5,18). 재물은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생긴다. 사람의 마음은 눈에서 멀어지면서 떠나간다. 앞의 두 종류의 믿음대로, 능력이 뛰어나고 거기에 운까지 따라주면 성공하고 그렇지 않으면 실패한다. 성공하면 기분 좋고 실패하면 속상하지만 그렇다고 성공이 구원이고 실패가 비구원은 아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하느님께 감사할 줄 아는 게 구원이다.
예수님, 구원이 저희 노력의 결과라면 그 넓은 주님 집에 손님 딱 한 명, 1등만 있는 썰렁한 잔칫집이 될 겁니다. 구원은 경쟁이 아니라 주님의 선물임을 다시 기억합니다. 제 노력이 있다면 그건 주님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 용서에 대한 믿음이고 감사하는 겁니다. 주님, 언제나 고맙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일이 잘 됐을 때 우쭐하지 말고, 잘 안됐을 때 세상 끝난 것처럼 속상해하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이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라고 믿게 도와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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