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비생산적인 시간
종이 주인의 분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주님께서는 말씀하시고 우리는 듣는다. 그분은 매일 새로운 말씀을 하시는 것 같지만 거의 같은 말씀의 반복이다. 그래도 매일 고요히 귀 기울여 그분이 하시는 말씀을 듣는다.
그분의 말씀은 지시사항 그 이상이다. 어쩌면 그분의 말씀을 듣는 그 시간 자체가 더 중요하고 의미 있을 것이다. 그분의 말씀 내용은 어제나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 그 자체가 우리를 양육하기 때문인 것 같다.
기도 시간은 비생산적이다. 어찌 보면 시간 낭비일지도 모른다. 그 시간은 어제 일을 반성하는 시간도 아니고, 내일 일을 계획하는 시간도 아니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궁리하는 시간도 아니다. 요가나 명상처럼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는 시간도 아니다. 그 시간에 우리는 하느님과 함께 있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그때에 내 안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른다.
비생산적인 그 시간을 기꺼이 허비하는 마음 안에 하느님께서는 좋은 일을 해 놓으신다. 그런 시간을 아까워하는 인색한 마음은 내가 사는 이유, 내가 일하는 목적을 잊어버리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게 하고, 세상 가치에 자신을 점점 더 단단히 묶어 버린다. 그래서 왜 내가 여기에 있는지 잊어버린다. 그리고 때론 소중한 선물을 내다 버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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