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5일 행동하는 믿음
앞에 가던 트럭에서 소주병들이 와르르 쏟아져 거리가 엉망이 되었다. 잠시 후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맨손으로 깨진 병 조각들을 줍기 시작했다. 다 치운 후 뒤엉킨 차들을 교통정리 했다. 어제 뉴스에서 본 영상 내용이다. 그 제보자는 증언했다, 어떤 사람이 즉각적으로 차에서 내려 병 조각을 줍는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자신도 차에서 내려 동참했다고. 나중에 손에서 피가 나는 걸 알았다고.
대단한 일이 아닌데 그렇게 보이는 건 병 조각을 줍고 치운 게 아니라 그가 차에서 내렸기 때문이다. 어떤 지시도 없었고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일이었지만 그는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이 동참했다. 선하고 의로운 일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사람은 본성적으로 이기적이지만 이타적인 행동을 할 줄 안다. 자신이 손해를 보면서도 그렇게 한다. 모든 사람에겐 그런 능력이 있다. 하느님을 닮았기 때문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례를 받았기 때문에 그걸 아주 잘 안다. 그건 우리에게 상식이다. 그래서 그것이 일상이 되기를 바란다.
이타적인 행동이 자발적으로 그리고 즉각적으로 일어날 때 가장 아름답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그래서 의인이라고 불리는 사람 대부분은 자신의 행동을 두고 그런 상황이면 누구나 다 그랬을 것이라고 말하고, 그런 행동이 세상에 알려지는 걸 원치 않는다. 세상 어느 법에도 봉사하고 희생하라는 규정은 없을 거다. 우리 법에만 있다. 우리 교우들은 그것이 규정이거나 심판과 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하느님을 사랑해서 그 법, 그리스도의 법을 따른다. 선행이 알려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하느님이 나중에 감춰진 것에 비해 훨씬 더 큰 상을 주신다고 약속하셨기 때문이다(마태 6,3-4).
예수님, 요즘 저희는 박해받지 않습니다. 세상이 복음화 돼서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저희가 주님께서 주신 힘을 발휘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성당에 못 가는 게 아니라 그 좋은 능력을 쓰지 못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들어 믿는 대로 살게 도와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손해 보고 싶지 않아 하는 이 유치한 마음 대신에 더 큰 상을 바라고 그걸 확신하게 이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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