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0일 뚜벅뚜벅
시간이 참 빠르다. 시간은 늘 그렇게 가는데 내가 그것을 두고 늦네 빠르네 하며 투덜거리는 것이겠지. 시간을 멈출 수도 끌어당길 수도 없다. 그냥 그 흐름에 자신을 내어 맡김이 가장 지혜로운 것 같다.
가끔 시간이 멈출 때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무엇인가에 집중되고 거기에 쏙 빠져있을 때다. 기도 중에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 아마도 영원이란 게 그런 것이겠지. 죽음 안에서도 시간은 멈춘다고 하지만 나의 바람은 죽음이 아니라 생명의 완성이고 영원과 하나가 됨이다.
“조금 있으면 너희는 나를 더 이상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다시 조금 더 있으면 나를 보게 될 것이다(요한 16,16).”라는 스승의 예고에 제자들은 술렁거렸다. 오늘 우리는 예수님의 이 말씀이 무엇을 뜻하는 지 잘 안다. 그런데 내가 그 때 거기에 있었다면 나도 어리둥절하고 불안했을 것이 분명하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려는 때였고 그것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었다. 제자들이 예수님을 믿었다면 그 말씀을 이해할 수는 없어도 불안해하며 걱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늘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알고 또 모른다. 전에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알고 아직 벌어지지 않아서 모른다. 예수님께서 그 때 그렇게 하늘 길을 열어 놓으셨기 때문에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 지 안다. 하지만 그 여정에 무슨 일을 벌어질지는 알지 못한다.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지든 내가 가는 길은 변함없다. 많이 흔들리지 않고 시간이 늘 그렇게 흘러가듯 내 발걸음도 뚜벅뚜벅 그러기를 바란다.
예수님, 시간이 가며 몸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변해가지만 마음은 더 커지고 영은 더욱 맑아지기를 바랍니다. 발끈했던 일에도 허허 웃고 낮은 곳이 편함을 알게 하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가 마치 하느님이신 것처럼 믿고 제 모든 것을 내어 맡겨도 괜찮은 것은 당신이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셨고 저를 하느님께로 데려다 주실 것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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