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7일 그 길
인생의 큰 주제 중의 하나는 길이다. 길은 곧 목적지이기도 하다. 나의 삶은 어디를 향해 있나? 나는 어디 무엇을 보고 가고 있나? 행복, 평화, 사랑, 구원, 영원한 생명, 하느님 나라, 하느님… 그 최종목적지는 세속적이면서 종교적이다.
아는 길을 갈 때는 땀은 흘리지만 마음은 평화롭다. 아는 길을 가는 사람은 주위 풍경을 즐기고 마주치는 사람과 인사도 하며 갈 수 있지만, 모르는 사람은 그럴 겨를 없어 늘 불안하다. 예수님은 그 길을 알고 계셨고 그 길이 닿아있는 곳도 보고 계셨지만 제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다른 길을 상상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스승을 따르면서도 불안해했나 보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내 아버지의 집에는 거처할 곳이 많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러 간다고 말하였겠느냐?(요한 14,1-2)” 예수님은 그 길을 아는 유일한 분, 그 길을 터주신 분, 닫혔던 문을 열어주신 분이셨다. “그런데 예루살렘 주민들과 그들의 지도자들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고 단죄하여, 안식일마다 봉독되는 예언자들의 말씀이 이루어지게 하였다(사도 13,27).” 예수님은 그 길을 알고 계셨다.
나도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답답하고, 고지식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이상주의자라고 여겼을 것이다. 그분을 거부한 이들을 단죄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분이 알려주신 십자가의 길이 꽃길이며 인생 최종목적지에 이르는 지름길이라고 믿을 수 있나? 그러나 성인 순교자가 아니더라도 존경받는 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그 길, 십자가의 길을 따라갔다. 세상일 쉬운 게 어디 있나? 그렇다, 그 길은 온 세상에 드러나 있고 사람들 마음속에는 감추어진 길이다. 보이지만 애써 외면하는 그 길이다. 그 길을 터주신 주님은 이런 우리 딱한 처지를 아시고 등을 두드려주며 따라 오라고 하신다. 그래 다시 일어나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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