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0월 4일(성 프란치스코) 순수의 힘

이종훈

10월 4일(성 프란치스코) 순수의 힘

 

숲 속은 밤은 정말 캄캄하다. 어두워서이기도 하고 고요해서도 그렇다. 한 마디로 무(無)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무엇인가 있으면 그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크다. 반딧불이와 별똥별은 선명하고 전등불빛에 달려드는 나방 날갯짓에도 깜짝 놀란다. 세상에서 사셨던 하느님의 마음, 예수님의 마음이 그러지 않았을까? 지극히 순수해서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을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마음에 들어 온 사람들과 그들의 삶 또한 모두가 크고 특별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선입견도 유전적으로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도 없는 하느님이 처음에 사람에게 불어넣어주셨던 그분의 인격이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근거는 모르겠지만 그런 마음이 사물과 사태의 본질을 볼 수 있고, 그것이 지혜의 시작이었을 것 같다. 명의는 증상만 없애려고 하지 않고 그 병의 근원을 찾아내기 때문에 병을 제대로 치료한다. 예수님도 그런 마음과 인격을 지니셨으니 사람과 세상을 꿰뚫어보셨을 것이다. 그분의 치유와 구마 등의 신적인 능력도 그 티 없이 맑은 마음과 순수함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반딧불이의 작은 불빛이 도깨비불처럼 보이고 나방의 날갯짓이 비행기소리처럼 들리는 숲 속의 밤처럼 예수님의 마음도 그렇게 순수했기 때문에 세상의 죄악으로 받으신 고통도 컸을 것이다.

 

예수님은 그런 지혜로 사람들을 가르치셨고 신적인 능력으로 치유와 구마의 기적을 행하셨다. 당신의 능력을 과시하거나 당신의 추종자들을 끌어 모으려고 그러신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보고 죄를 뉘우쳐 하느님께로 그리고 하느님이 사람을 지어 만드실 때 불어 넣어주신 그 마음으로 돌아오게 하시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세상은 당신의 예상과 달라도 참 많이 달랐다. 그렇게 애를 썼는데도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많이, 아주 많이 실망하셨던 것 같다.

 

“불행하여라, 너 코라진아! 불행하여라, 너 벳사이다야! 너희에게 일어난 기적들이 티로와 시돈에서 일어났더라면, 그들은 벌써 자루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앉아 회개하였을 것이다. 그러니 심판 때에 티로와 시돈이 너희보다 견디기 쉬울 것이다. 그리고 너 카파르나움아, 네가 하늘까지 오를 성싶으냐? 저승까지 떨어질 것이다(루카 10,13-15).” 이 말씀은 위협이 아니라 사실이다. 그분은 거짓말을 하실 수 없는 분이고 그분의 순수한 마음이 지닌 지혜는 당연한 미래를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주님, 주님의 말씀을 의심하지 않는데도 자꾸 똑같은 것에 걸려 넘어집니다. 그렇게 불같이 화내셨지만 그보다는 저와 같은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훨씬 커서 그 사랑으로 당신 자신을 불사르셨습니다. 그것이 주님의 아버지 사랑, 인간 사랑이었습니다. 죄인인 저는 그 사랑으로 삽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실망과 괴로움으로 자신을 위로하거나 감추지 말고 주님의 큰 사랑과 자비를 신뢰하고 주님의 계명을 더욱 충실히 지켜나가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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