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0월 5일(첫 토요성모신심) 평화의 모후

이종훈

10월 5일(첫 토요성모신심) 평화의 모후

 

엊그제 개천절에 많은 사람들이 광화문에 모여 외쳤다. 태풍으로 비바람이 거셀까 걱정했었는데 다행이다. 오늘도 서초동 거리에 많은 사람들이 모인단다. 비 예보도 있고 저녁부터 기온도 떨어진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감기 걸리지 않고 몸싸움으로 다치는 사람이 없기를 기도한다.

 

상상해본다, 저 많은 사람들이 정부가 또는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는다고 고발하며 외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군중 속에 있을 몇몇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외치고 행동한다고 믿는 걸까? 그러기를 바란다. 그러면 그 집회가 조금 더 평화롭고 사람들 마음에 도사리고 있는 폭력성이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테니까.

 

반대편에 선 사람들의 주장도 이해한다. 그런데 사실과 진실보다는 무조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기만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고 안타깝다. 그런 사람들은 격해진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자신의 폭력성에 노예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은 물론이고 자신도 다친다. 목적이 선하면 그 수단도 선해야 한다. 정당방위가 아닌 폭력요구에는 ‘아니오.’라고 대답해야한다. 그런데 그 목적이 지극히 순수해서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것이라면 폭력에 피해자가 되는 것도 감내해야할지 모른다. 그것이 예수님이 보여주신 길이었고, 하느님의 뜻이 바로 그렇게 이루어졌다.

 

진실과 정의보다는 자신의 바람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외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그들은 화가 많이 나있는 것 같다. 그들의 마음을 다치게 한 이들이 저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여기나 보다. 그렇지 않은 데 말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지만 한 곳, 즉 정의와 평화를 찾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그러니까 알량한 권한과 얄팍한 말솜씨로 교묘하게 폭력을 부추기며 선동하는 몇몇 집회책임자와 정치인들은 참 못됐다. 사실 예수님도 그렇게 희생되셨다.

 

우리는 안다, 하느님의 뜻은 지상의 평화임을. 예수님은 그 평화를 지니셨고 그것을 제자들에게 선물하셨다(요한 14,27). 예수님을 믿는 이들은 이미 그 평화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그것을 나누어 받기에는 시간과 인내가 많이 필요하다. 비난과 적대감에 눈이 멀고 마음이 닫혀 있으니 닫힌 것들이 열리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것이다. 아니 그렇게 되고야 만다. 하느님이 바라시니까.

 

이유야 어찌 됐든 화가 많이 나있는 사람들의 그 화를 풀어주고 위로해주어야 한다. 어머니가 그들에게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을 해먹이고 그동안 애쓰고 수고 많았다고 등을 두드려주어야 한다. 예수님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는 성모님의 이콘이다. 성모님은 예수님의 잉태부터 죽음 그리고 부활과 그 이후 제자들의 삶까지 모두 지켜보시고 그들과 함께 하셨다. 한 인간으로 하느님의 구원계획이 이루어지는 모든 시간을 지내시며 죽음보다 더 큰 무지의 고통을 견디어내신 분이다(루카 2,50-51). 그런 분이 이해 못하실 것이 없고 품어주시지 못할 사람이 없다. 어머니인 교회는 그런 능력이 있다.

 

예수님, 직접 말씀하신 적은 없지만 주님은 어머니를 신뢰하셨고 의지하셨을 것 같습니다. 십자가에 매달리신 절대적으로 고독한 시간에 당신 곁에 계셨던 분도 그분이셨습니다. 그러니 제자들을 어머니께 맡기셨겠죠. 가장 믿을만한 사람이었으니까요.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가 원하셨던 그 이름대로 하느님의 평화를 찾을 때까지 저희가 주님의 길을 벗어나지 않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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