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0월 7일(로사리오) 아무 쓸데없는 적대감

이종훈

10월 7일(로사리오) 아무 쓸데없는 적대감

 

운동경기를 할 때는 서로 다른 운동복을 입어야 경기하기 편하다. 나와 다른 운동복을 입은 사람들은 나의 적이 아니다. 그들은 운동놀이 친구이다. 그런 마음이어야 경기가 끝나고 승자와 패자가 서로 포옹하며 축하하고 위로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며 끝까지 관중을 감동시킬 수 있다. 그런 멋진 모습은 상대편을 싸워 눌러야 할 적으로 여겼던 사람에게 전혀 다른 세상을 보여주며 자연스럽게 그 세상으로 한 발짝 들여놓게 한다. 그들이 보여 준 그 세상은 그냥 보기만 하고는 발길을 돌릴 수는 없는 절대적인 매력을 지녔다. 그들은 그 세상을 관람이 아니라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요즘 일본과 사이가 많이 안 좋다. 기승전조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그를 두고 나라가 둘로 쪼개질 것 같다. 상대방을 비방하고 욕함이 일상이 됐다고 느낄 정도다. 하지만 일본사람과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저 사람들은 나의 적이 아니다. 적대감은 정의를 가장한 위선으로 나를 하느님과 멀어지게 한다. 예수님은 자신을 박해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분부하셨다. 그리고 당신이 먼저 그렇게 하셨고, 당신이 사랑한 것처럼 서로 사랑하라고 하셨다. 지키기 어렵고 큰 도전이지만 자신을 사랑하고 영원히 살기를 원한다면 꼭 지켜야 할 계명이다.

 

그를 좋아하면 사랑하기 쉽지만 사랑한다고 모두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더 많이 사랑하면 미워하던 사람도 좋아하게 될 것 같기는 하다. 예수님 시대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도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했다. 그러나 원수는 미워했다. 그것을 하느님의 계명이라고 믿고 있었다(마태 5,43). 그 계명을 잘 지키려고 이웃과 원수들을 구분해놓았기 때문에 그 때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 방법을 질문했던 그 율법학자는 그것을 잘 지키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던 것 같다(루카 10,29).

 

원수까지 사랑하는 세상은 다른 세상이다. 그곳에 미움· 속임수·다툼· 폭력이 끼어들어 올 수 없다. 예수님이 그 세상을 몸소 보여주셨다. 사람들은 그분에게 빠져들었다. 그분의 말씀이 아니라 그분의 사랑 때문이었다.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햇빛을 비추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주시는 하느님을 보여주셨다(마태 5,45). 당신에게 못된 짓을 한 사람들을 용서해달라고 기도하셨다(루카 23,24). 그분만이 하느님을 알고 그 세상에서 사셨으니 그분을 이상하고 위험한 사람으로 여김도 이해할만 하다. 하지만 그분의 말씀과 삶에서 느끼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까지 부정한다면 그것은 억지다. 한낱 운동경기 끝에도 그런 감동을 받는데 한 사람이 전 생애를 바쳐 그렇게 살았는데도 그것을 믿지 못한다면 하느님도 어쩌실 수 없을 거다.

 

주 예수님, 주님의 계명은 달콤하고 매력적이지만 막상 실천하려고 하면 그 계명이 그리 만만치 않음을 즉시 알게 됩니다. 저도 모르게 생겨나는 적대감에 시달려 쓸데없이 시간과 힘만 낭비하는 적이 많습니다. 저의 사정이 이러니 언제나 용서하신다고 약속하셨겠지요. 주님의 그 약속과 계명이 영원한 생명을 받는 유일한 길임을 믿고 사랑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하느님의 자비를 전해주시는 어머니의 눈을 바라보며 위로를 받고 용기 내어 주님의 계명 길을 다시 따라갑니다. 이 마음이 어제보다 조금 더 오래가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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