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0월 8일 손님맞이

이종훈

10월 8일 손님맞이

 

한 명이든 삼십 명이든 손님맞이는 어렵다. 그(들)의 성격, 습성 등에 맞춰 이것저것 준비해야 한다. 우리의 일상이 손님에게는 낯선 것이라 알려줘야 할 것도 많고 또 반대로 우리가 그에 맞춰 일상을 바꾸기도 한다. 그래서 손님이 올 때 반갑고 갈 때 더 반갑다는 말이 생긴 것 같다.

 

손님이, 내가 좋아하거나 은혜를 입은 사람, 더욱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모든 수고와 번거로움은 기쁨이다. 예수님은 식구이며 손님이시다. 사람이 되신 말씀은 늘 우리와 함께 계시니 식구이고, 그러면서도 그분을 아직 잘 모르고 그분이 편하고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우리의 마음과 일상을 계속 바꾸어야 하니 손님이시다.

 

손님에게는 겉으로라도 호의를 보인다. 하지만 예수님에게 위선적인 호의는 슬픔이고 아픔이다. 그분을 진정으로 기쁘게 해드리는 것은 그분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반기고 그에 따라 마음과 일상을 바꾸는 것이다. 그 때 마르타는 예수님을 맞이하느라 분주했지만 이제 우리는 그분에게 잠자리를 준비하고 식사대접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 대신 그의 동생 마리아처럼 그분 발치에 앉아 그분 말씀에 더 귀를 기울인다(루카 10,39). 그리고 이웃들 특히 상처 입은 이웃들을 주님 모시듯 대접한다.

 

예수님은 손님이지만 식구이다. 사실 그분은 우리의 주인이시다. 우리와 함께 그렇게 오랫동안 사시면서도 그분은 우리의 삶을 당신 방식대로 마구 바꾸어놓지 않으신다. 불편하실 텐데도 그분은 인내하며 기다리신다, 우리가 마음을 바꾸어 당신의 말씀을 더 깊은 곳에서 알아듣기를. 니네베 임금이 자신은 물론이고 온 백성과 심지어 짐승들까지도 자루옷을 입게 하면서까지 잘못을 뉘우쳤는데도 그는 “하느님께서 다시 마음을 돌리시고 그 타오르는 진노를 거두실지 누가 아느냐? 그러면 우리가 멸망하지 않을 수도 있다(요나 3,9).”라고 말했다. 우리의 뉘우침과 보속이 하느님께 용서의 의무를 지우지 않는다. 그것은 순전히 그분의 사랑과 자비에 속한 것이다. 그것을 깨달아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에 얼마나 한없이 감사할 수 있을 때까지 마음을 바꾸어야 한다.

 

구속자이신 예수님, 가을이 되니 사색이 더 수월해집니다. 미처 알지 못했던 것과 잊은 줄 알았던 잘못들까지 마치 어제 일처럼 떠오릅니다. 되돌리지도 용서를 청하지도 못하는 그 많은 과오들을 어떻게 눈물 몇 방울과 그 하찮은 보속행위로 지울 수 있겠습니까? 주님의 십자가 희생이 쌓아놓은 은총의 보고에서 일꾼들이 흘린 부스러기라도 얻을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것으로도 충분할 테니까요.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를 더 깊은 곳에서 아드님을 만날 수 있게 이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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