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0월 13일(연중 28주일) 구원의 선취(先取)

이종훈

10월 13일(연중 28주일) 구원의 선취(先取)

 

고마움은 어떤 은혜를 입었을 때 느끼는 마음이나 정서적인 반응이다. 그런데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모든 것에 고마워하며 살아가기를 하느님께서 바라신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 5,18).” 그러니 우리들에게 고마움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이고 또 의지적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일상은 거의 자동적으로 반복되니까 의지적으로 고마워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상에 의지적으로 고마워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불행과 역경 속에서는 어떻게 하지? 하느님이 바라신다니 고맙다고는 해야 할 텐데. 불의의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자연재해로 다 망가진 집 앞에서도 고맙다고 해야 하나?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살아 있다고 혹은 더 많이 부서지지 않았다고 고마워해야 하나? 그것은 억지스럽고 위선적인 것 같다.

 

예수님은 죽은 지 나흘이나 되는 친구 라자로를 되살리실 때, 돌이 치워진 무덤 앞에서 하늘을 우러러보며 “아버지, 제 말씀을 들어 주셨으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요한 11,41).”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그분은 하느님께 감사드렸다. 그분은 친구가 깨어났음을 아니면 잠시 후 깨어날 것임을 알고 계셨다. 사람들은 무덤에서 걸어 나온 라자로를 보고 놀라고 감사하며 찬미를 드렸겠지만 예수님은 그런 일도 일어나기도 전에 이미 아버지께 감사드렸다. 예수님의 감사는 받은 은혜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좋은 일에 대한 확신이었다. 우리에게 그것은 믿음이다.

 

예수님께 용감히 다가와 청했던 나병환자 열 사람에게 주님은 치유가 아니라 치유 후에 해야 할 일을 말씀하셨다(루카 17,14). 그 말씀에 따르기는 했지만 그들의 마음은 갈팡질팡 했을 것이다. 우리의 믿음이 그렇다. 하느님께서 반드시 당신의 뜻을 이루신다고 말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의심이 일고 거기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기를 원하는 바람 때문에 마음은 갈등을 겪고 조바심이 일어 혼란스럽다. 그런데 하느님께 감사드림은 그런 혼란과 갈등을 한 번에 잠재운다. 그것은 구원을 선취(先取)함이다. 지금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그것이 이루어져가고 있고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졌음을 보게 될 것이다.

 

‘아버지께는 저희의 찬미가 필요하지 않으나 저희가 감사를 드림은 아버지의 은사이옵니다. 저희 찬미가 아버지께는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으나 저희에게는 주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에 도움이 되나이다.’ 평일미사에 바치는 감사송 중의 하나이다. 하느님께는 우리의 감사와 찬미가 필요 없다. 그것은 우리를 위한 것이다. 우리가 하느님께 드리는 감사와 찬미는 하느님이 하신 구원의 약속에 대한 신뢰를 키워 우리의 믿음을 더 굳건하게 한다. 예수님께 되돌아 감사하지 않은 아홉은 나병만 나았지만 그 사마리아인은 치유뿐만 아니라 구원을 완성했다. 지금 여기서 드리는 우리의 감사는 다가 올 은혜로운 일들에 대한 확신이다.

 

예수님, 불행 중의 감사는 행복의 선취이고, 실패하여 드리는 감사는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게 제가 협력했음이며, 역경 중의 감사는 제 믿음이 더욱 굳세게 해줍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불행과 실패 그리고 역경 중에서 하느님의 뜻을 발견하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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