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0월 15일(아빌라의 데레사) 기도와 개혁

이종훈

10월 15일(아빌라의 데레사) 기도와 개혁

 

기도는 하느님과 대화이고,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들음이며, 그 말씀이 사람이 되신 예수님과 친해짐이다. 친해지려면 마음을 열어야 하고 자신의 속내를 보여주면 줄수록 둘의 관계는 더욱 친밀해진다. 하느님은 사랑하는 외아들까지 내어주셨으니 그분은 더 이상 드러내 보여주실 속내는 없을 것 같다. 공은 나에게로 넘어와 있다.

 

친밀감은 함께 지낸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동안 아름다운 기도문을 많이 읽었다고 예수님과 친해지지 않는다. 그것은 그냥 아름다운 글을 읽은 것에 불과하다. 나의 속내를 주님께 말씀드림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 그 시간은 오직 주님과 나뿐이어서 보는 눈도 듣는 귀도 없는데 말이다.

 

나도 싫은 나를 심판자인 그분께 보여드리고 싶지 않음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분은 나를 위해 십자가에서 희생하셨다고 선포하면서도 정작 나는 그게 그렇게 믿기 어려운가보다. 그런데 그보다는 나를 바꾸기 싫어하는 마음이 교묘하게 숨어 있음을 발견한다.

 

세상은 겉모양만 보지만 하느님은 속내까지 보신다. 하느님에 대해 많은 말을 한다고 그분과 친한 게 아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아빌라 데레사 성인은 기도의 큰 스승이지만 그분은 수도회 개혁이라는 거칠고 큰일을 하셨다. 기도와 개혁은 왠지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다시 잘 생각해보면 그보다 더 좋은 조합은 없고 거의 하나이다. 예수님과 친하고 사랑하면 그분처럼 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 내주면 완전해질 것이다, 예수님처럼.

 

예수님, 기도 자체가 아니라 주님께 마음을 열어 보임이 어렵습니다. 제가 들은 주님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를 믿지 못하고 주님처럼 살면 정말 행복할까 하고 의심하기 때문일 겁니다. 저를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고 마음을 열게 도와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해할 수 없는 하느님의 계획에 당신을 봉헌하셨던 그 신뢰심을 저에게도 나눠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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