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0월 25일 죄에 맞서 싸우지 말고

이종훈

10월 25일 죄에 맞서 싸우지 말고

 

죄를 좋아하는 사람 없고 죄에서 자유로운 사람 없다. 원하는 선은 행하지 않고 원치 않는 악을 행하고야 만다. 그 옛날 바오로 성인도 이걸 고민 하고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내 지체 안에는 다른 법이 있어 내 이성의 법과 대결하고 있음을 나는 봅니다. 그 다른 법이 나를 내 지체 안에 있는 죄의 법에 사로잡히게 합니다(로마 7,23).”

 

그러지 않으려고 굳게 결심하지만 어느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버리고 만다. 내가 악해서가 아니라 약해서이고 내 육체가 그 죄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질리지도 않고 아직도 그렇게 할 수 있겠나. 바오로 성인은 그 악순환 혹은 죄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자신이 비참하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예수님께서 꺼내주셨으니 하느님께 감사드렸다(로마 7,25).

 

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는 태어나 생존경쟁을 하는 과정에 여러 상처를 주고받으며 나름대로 생존방식을 익히는데 그런 과정에 지워지지 않은 몸의 흉터처럼 그것들이 내면에 새겨지고 무의식 안에 견고한 삶의 법칙으로 자리 잡는다고 한다. 철저한 금욕과 수련으로 단련하며 그 법칙과 맞서는 도사 같은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 보통 사람들은 그런 수련까지 할 여유가 없고 하루 일과의 끝은 정말 피곤하다.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이를 두고 게으름이나 핑계라고 그 누가 고발할 수 있을까? 심판자이신 예수님도 고발하지 않으셨다. 그분은 용서하셨다. 똑똑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예수님을 고발하고 옥에 가뒀지만 예수님은 끝까지 그렇게 하셨고, 영원히 그렇게 하시려고 십자가 위에 저렇게 계신다. 삶의 마지막 시간에도 교우들은 고백성사를 청한다. 그게 우리다. 하느님이 용서하시고 자비를 베풀지 않으신다면 우리에게는 희망이 없다. 후에 나의 삶을 법대로 따지고 보속해야한다면 그 감옥에서 영원히 풀려나오지 못한다(루카 12,59).

 

어느 선배형제가 자신을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두고 자신의 똥을 방으로 갖고 와서 어제 먹은 게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좀 과격하기는 하지만 일리 있는 말이다. 끝을 알 수 없고 혹여 안다 해도 스스로 벗어날 수 없는 그 굴레를 연구할 시간에 더 좋은 일을 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게 훨씬 더 좋다. 하느님이 나를 그렇게 사랑하신다고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이 저렇게 증언하고 계시지 않나? 그러니 그분의 말씀을 믿고 그분의 계명을 지키면 된다. 참 쉽고 참 기쁜 소식이다.

 

예수님, 주님께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들을 사람들은 불의하고 죄스럽고 고발했으니 참 답답하셨을 겁니다. 그 답답함을 분노가 아니라 연민으로 바꾸셨습니다. 그들의 삶을 알고 용서하셨던 것처럼 오늘의 저를 알고 용서하시고 힘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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