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0월 27일(연중 30주일) 하느님을 아는 사람

이종훈

10월 27일(연중 30주일) 하느님을 아는 사람

 

기도는 단순히 기도문을 암송하는 것도, 많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도 아니다. 특히 혼잣말로 거룩한 말을 쏟아내며 자신이 만들어낸 뜨거운 감정에 휩싸이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들은 하느님과 관계를 맺기 어렵거나 거의 불가능하다. 기도는 하느님과 대화 혹은 하느님과 관계맺음 그래서 하느님과 친밀해짐이다.

 

예수님이 하신 비유말씀에서 스스로 의롭다고 자신하며 기도하던 그 바리사이는 ‘오, 하느님!’이라고 하느님을 불렀지만 그의 마음에는 하느님은 없고 오직 자기 자신만 있었다. 그는 혼잣말로 기도했으니 하느님의 그의 입술에만 있었다(루카 18,11). 반면 그 세리는 하느님과 대화했다. 그러니 멀찍이 서서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슴을 치며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다(루카 18,13). 우리가 살면서 과연 하느님 앞에 당당해도 될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느님 앞에 서기가 두렵다. 그분 앞에 떳떳한 마음으로 꼿꼿하게 설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분명 하느님을 모르고 오직 자신만의 환상 속에서 사는 사람일거다. 특히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의 일생을 아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분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다.

 

이웃과 맺은 관계가 하느님과 자신의 그것을 보여준다. 성전에서만 경건하고 전례적인 일에만 충실하고 종교적인 의무만을 강조하는 사람은 하느님을 잘 모르는 사람일 확률이 높고, 그들은 이웃을 쉽게 단죄하곤 한다. 반면 하느님을 아는 사람들은 죄인들을 불쌍히 여긴다. 자신이 그런 자비를 입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작은이들 안에서 배고프고 목마르며 지친 예수님의 얼굴을 발견하고 마치 예수님께 해드리는 것처럼 상처받고 지친 이들에게 음식과 마실 물을 드리며 그들을 시중든다. 그것이 하느님께 드리는 진정한 예배이고 하느님은 이렇게 예배를 드리는 이들을 찾으신다(요한 4,23).

 

하느님의 얼굴을 보여주신 예수님, 하느님 얼굴을 직접 뵙기 두려워하는 저희를 위해서 당신은 새댁 첫째 아들로, 동네 아이와 아저씨로 저희에게 오셨습니다. 그리고 그 아저씨는 삶에 지친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연민만이 발휘할 수 있는 당신의 신적인 능력으로 그들을 도우시고 구하셨습니다. 그걸 알고 나니 주님의 얼굴도 똑바로 쳐다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주님의 뒷모습만 보고 따라갑니다. 낮추면 높여주실 것을 기대하는 교만한 마음이 스며들지 못하게 합니다. 그 대신 이렇게 주님 뒤를 따를 수 있는 것만도 인생의 최대의 행운이라며 여깁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의 겸손을 가르쳐주소서. 아멘.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번호 제목 날짜
1633 [이종훈] 나해 7월 24일 신뢰(+MP3) 2021-07-24
1632 [이종훈] 나해 7월 23일 주님 계신 곳(+MP3) 2021-07-23
1631 [이종훈] 나해 7월 22일(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 주님을 찾는 시간(+MP3) 2021-07-22
1630 [이종훈] 나해 7월 21일 사랑의 계명(+MP3) 2021-07-21
1629 [이종훈] 나해 7월 20일 하느님 현존(+MP3) 2021-07-20
1628 [이종훈] 나해 7월 19일 주님의 전투방식(+MP3) 2021-07-19
1627 [이종훈] 나해 7월 18일(지극히 거룩한 구속주 대축일) 그리스도의 남은 수난(+MP3) 2021-07-18
1626 [이종훈] 7월 17일 복 받은 사람(+MP3) 2021-07-17
1625 [이종훈] 나해 7월 16일 공개된 비밀(+MP3) 2021-07-16
1624 [이종훈] 나해 7월 15일 구원하는 하느님의 뜻(+ MP3) 2021-07-15
1623 [이종훈] 나해 7월 14일 하느님의 기쁨인 철부지들(+MP3) 2021-07-14
1622 [이종훈] 나해 7월 13일 사는 방법 바꾸기(+MP3) 2021-07-13
1621 [이종훈] 나해 7월 12일 칼(+MP3) 2021-07-12
1620 [이종훈] 나해 7월 11일(연중 15주일) 하느님과 친하게 지내기(+MP3) 2021-07-11
1619 [이종훈] 나해 7월 10일 땅(+MP3) 2021-07-10
1618 [이종훈] 나해 7월 9일 회개, 복음화의 시작(+MP3) 2021-07-09
1617 [이종훈] 나해 7월 8일 하느님의 섭리(+MP3) 2021-07-08
1616 [이종훈] 나해 7월 7일 사는 이유(+MP3) 2021-07-07
1615 [이종훈] 나해 7월 6일 연민과 도움(+MP3) 2021-07-06
1614 [이종훈] 나해 7월 5일(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나의 신앙이 가리키는 곳(+MP3) 2021-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