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1월 3일(연중 31주일) 저 사람

이종훈

11월 3일(연중 31주일) 저 사람

 

아프면 의사를 찾아 진료를 받는다. 마음이 혼란스럽고 아프면 좋은 친구나 상담사를 찾아 대화하며 위로를 받는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구원하시려고 아드님을 내주셨다고 믿는다. 아프지 않으면 의사를 찾지 않는다. 우리에게 구원이 필요하지 않았다면 하느님께서 그렇게 무모한 일을 하지 않으셨을 것이다. 아프니까 의사를 찾고 구원받으려고 하느님을 찾는다. 낫기 위해 의사의 말을 듣고 구원받으려고 하느님 말씀을 듣는다. 그리고 그대로 한다.

 

자캐오는 사람들에게 완전히 소외받은 사람이었다. 세관장이었고 키도 작았으니 동네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대했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무관심을 넘어 경멸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식민지배하에서 관리였으니 그는 영리했을 것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알았을 것이다. 이런 상황과 처지를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는 표현은 안 했지만 거기서 탈출하고 또 그런 자신에게서 해방되고 싶었을 것이다.

 

예수님이 오셨을 때 사람들은 늘 그랬듯이 그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아서 그는 우스꽝스럽게 기어 올라갔다. 사람들은 그런 그를 업신여겼겠지만 그는 절박했다. 마침내 그는 예수님과 눈이 마주쳤다. 예수님은 단 번에 그의 처지와 마음을 읽으셨을 것이다. 그분의 신통력이 아니라 예수님의 상식이 그를 알아본 것이다. 예수님은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루카 19,5).”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날 그에게 구원이 내렸다(루카 19,9).

 

하느님은 나를 사랑하시고 너도 그리고 내가 싫어하는 저 사람도 사랑하신다. 하느님은 당신이 만드신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신다. “당신께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시며 당신께서 만드신 것을 하나도 혐오하지 않으십니다. 당신께서 지어 내신 것을 싫어하실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지혜 11,24).” 하느님이 나처럼 저 사람을 싫어하기를 바라지만 그를 위해서도 오늘 또 하느님은 피를 흘리신다. 그의 죄를 고발하지만 나도 그처럼 고발당한다. 예수님은 자캐오의 집에 가셨던 것처럼 저 죄인의 집에 머무르신다. 내 안에도 머무르신다. 그래서 예수님을 보기 위해서 위험하게 나무에 오르지 않아도 된다. 나무에 오를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저 사람도 사랑하심을 알고 인정해야 한다. 그를 받아들여야 한다, 예수님을 내 안에 모시듯이. ‘예수’의 뜻은 구원이다.

 

구원자이신 예수님, 주님처럼 이웃을 사랑하고, 그들이 나를 이해하고 용서해주기를 바라는 대로 이웃을 이해하고 용서합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데 왜 온 힘과 마음과 정신을 다 해야 하는 지 알 것 같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주님의 계명을 충실히 지키도록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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