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1월 15일 세례의 은총

이종훈

11월 15일 세례의 은총

 

이순신 장군은 아군의 열 배가 넘는 적군에 맞서 싸우기 전에 두려워하는 군사들에게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 죽기로 싸우면 반드시 살고, 살려고 비겁하면 반드시 죽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예수님은 그보다 훨씬 전에 “제 목숨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살릴 것이다(루카 17,33).”라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은 이런 뜻의 말씀을 다른 방식으로 여러 번 하셨다.

 

이순신 장군은 나라를 위해서 죽기를 각오하고 싸울 것을 명령했지만 예수님은 우리가 영원히 살기 위해 자신의 의지를 포기할 것을 분부하셨다. 인생을 영적인 전쟁터로 표현함이 좀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일상에서 더 선한 것을 선택하고 더 거룩해지기 위해 매일 그리고 거의 매 번 내적 갈등을 겪는 것을 보면 전쟁터가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영적인 전쟁에서 승리하는 비결은 주님께서 내 대신 싸워주시게 자리를 내어드리는 것이다. ‘자신을 버리고, 부모와 형제는 물론이고 자신까지 미워하고, 제 목숨을 잃고’ 등의 말씀이 이렇게 하라는 뜻일 거다. 내가 바라고 원하는 대로 하지 말고 예수님의 말씀대로 하는 것이다. 의식적인 의지포기는 물론이고 무의식에 담겨 있는 것까지도 포기해서 주님이 나를 완전히 차지하시게 하면 반드시 승리한다.

 

공적으로 서원한 이들을 수도자 혹은 축성 생활자라고 부른다. 하느님께서 그들을 부르시고 축성하셨다는 뜻이다. 그들은 권력자가 아니라 봉사자들이다. 하느님의 뜻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놓았고 하느님은 그들 안에 사신다. 그러므로 그 축성은 하느님의 뜻을 위한 것이고 당신의 백성에게 봉사하기 위한 권한이다. 그 권한은 아들까지 희생시킨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의 권위에서 나온다. 그런데 그 축성의 뿌리는 세례성사이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모든 이들은 봉사하고 이웃을 죽기까지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받았다는 뜻이다.

 

주 예수 그리스도님, 주님이 보여주신 길은 통념뿐만 아니라 인간의 본성까지 거스릅니다. 낮아지고 봉사하고 희생하고 인내하며 이웃을 위해 목숨을 내어놓기 위해 매 번 전쟁을 치릅니다. 저는 할 수 없지만 주님은 언제나 승리하십니다. 저는 저를 믿지 않고 주님을 믿습니다. 축성된 물로 씻고 거룩한 기름으로 이마에 새긴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그 인호가 제 안에 그런 능력이 있다고 증언합니다.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하지 믿지 않기 때문에 못하는 겁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주님께서 저희를 어머니 손에 맡기셨으니 저희를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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