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2월 9일(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 대축일) 참 좋은 선물

이종훈

12월 9일(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 대축일) 참 좋은 선물

 

선택은 늘 어렵다. 오늘은 무엇을 해먹나부터 그 프로젝트를 하나마나까지 우리에게는 선택하는 숙제가 매번 주어진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그 선택의 기준은 하느님의 뜻과 기쁨이다. 하지만 그 앞에서 고민하고 우물쭈물하는 것을 보면 그게 말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최초의 인류가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따먹는 바람에 원죄를 뒤집어쓰고 태어난다는 교리는 아직도 불쾌하고 믿기 어렵다. 하지만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하느님을 기쁘시게 할지 잘 알면서도 엉뚱한 것을 선택하고 그 결과에 괴로워하는 걸 보면 불쾌해도 원죄 교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창세기는 그들이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되어 선과 악을 알게 되기를 바랐고 그 때문이었을까, 그 열매가 먹음직하고 소담스러워 보였다고 전한다(창세 3,5-6). 그때 선택 판단 심판이 이렇게 힘든 줄 알았다면, 그들은 그 유혹을 이겨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거의 매번 실패하는 걸 보면 그들이 그걸 알았어도 먹음직하고 소담스러운 그 열매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 같다. 유혹에는 맞설 게 아니라 피해야 한다.

 

그런 유혹 하나 이겨내지 못하는 걸 보면 인간은 참 약하다. 인간은 악하지 않다고 믿는다. 단지 약하고 지혜롭지 못해서 알면서도 유혹에 매번 당한다. 이런 인간들을 너무나 사랑하셨던 하느님은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우리처럼 약하고 어리석지 않은 한 여인을 준비시키셨다. 원죄에 물들지 않게 잉태시키셨다. 왜 그녀에게만 특혜를 베푸셨냐고 따질 사람들도 있을 것 같은데, 그분이 그런 총애를 입어 이 세상에서 겪으셔야 했던 외적 내적 고통을 안다면 그런 불평은 못할 거다. 우리는 위인이나 성인들의 이야기를 듣기 좋아한다. 그들의 선택과 삶을 들으면서 가슴이 뜨거워지며 위로를 받는다. 그것은 아마도 자신은 그렇게 살지 못해도 그들이 그렇게 살아줘서 그 혜택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예수님은 하느님이셨지만 성모님은 그 출생이 우리와 거의 같은 한 인간이었기 때문에 그분의 선택과 삶에서 큰 위로를 받는다.

 

남자의 도움 없이는 임신되지 않는다. 그런데 하느님은 그 방법을 마리아에게 제안하셨다. 그에 대해 마리아는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루카 1,34)” 하고 질문했다. 여기서 ‘어떻게’는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아니라 말 그대로 방법에 대한 질문이다. 자신은 모르지만 남자의 도움 없이도 임신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동의함이다. 이것이 원죄 없이 잉태됨의 결과인 것 같다. 교만한 인간은 마치 자신이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말하고 심판하지만 마리아는 그렇지 않았다. 마리아는 자신은 그것을 모르지만 하느님의 계획에 동의했고 적극적으로 그 일이 자신 안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랐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그분의 이 대답은 예수님의 일생 동안 반복되었고, 정말 믿기 어려운 아드님의 죽음에까지 이어졌다. 예수님보다 그분의 고통이 더 심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성모님을 지극히 공경하고 사랑하는 이유이다. 인간의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 뜻을 그분은 무한히 신뢰하셨고 그렇게 하느님을 사랑하셨다. 우리는 못해도 그분은 해내셨고, 그 덕에 우리는 그분의 도움을 받으며 순례를 안전하게 마칠 것이다.

 

예수님, 당신 어머니를 저희 어머니가 되게 하신 것은 저희에게 마지막으로 주시는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아버지 하느님은 모든 권한을 당신께 맡기셨고, 그것은 당신의 삶의 체험에서 나온 선택이었으니 아버지 하느님도 그 결정을 반기셨을 겁니다. 이렇게 좋은 선물을 주시니 고맙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희를 끝까지 도와주시고,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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