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2월 10일 초대장

이종훈

12월 10일 초대장

 

우연히 지중해에서 난민 구조 활동을 벌이는 한 NGO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흑인들 수십 명이 작은 고무보트를 타고 망망대해를 떠다니고 있었다. 바다 한가운데서 그들을 만나 구조하는 실제 상황을 보여줬다. 그들의 삶이 보고 있으니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났다. 여기서 이렇게 온갖 혜택을 다 누리며 사는 게 미안하고 죄스럽게 느껴졌다.

 

그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평범한 직장인들이었다. 휴가나 자투리 시간을 내서 그런 수고를 했고, 그런 활동을 하는 동안 그들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들은 도전을 받았고 갈등하며 괴로워했다. 불쌍한 난민들이 그들의 평온한 일상을 흔들었다.

 

죄인인 나도 마음이 아픈데 하느님은 얼마나 더 아프실까? 그들의 딱한 처지도 그렇지만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인접 국가들의 결정이 하느님을 더 아프시게 할 것 같다. 난민 한두 사람 수용하고 도와주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그 숫자가 많아지면 골칫거리가 된다. 그들을 수용할 장소를 마련하고 기금을 조성하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귀찮아진다.

 

목동은 해가 지면 아침에 몰고 나간 양 백 마리를 고스란히 데려와야 한다. 한 마리라도 없어지면 안 된다. 목자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사라진 그 한 마리를 찾아 헤매고 돌아다녀야 한다. 돈을 받고 일하는 목동은 씩씩거리며 그놈을 찾아다니겠지만 하느님은 동구 밖에서 둘째 아들을 기다렸던 그 아버지의 마음으로 어딘가에서 무서워 떨고 있을 그 녀석을 애타게 찾으신다. 그분이 내 안에서 당신의 바로 그 마음을 알려주시고 느끼게 하신다. 그것은 언뜻 보면 도전장이지만 조용히 보면 초대장이다. 지중해로 달려오라는 것은 아닐 테고, 아 어디로 오라고 하시나?

 

예수님, 이런 혜택을 누릴 만한 좋은 일을 하지 않았음을 아주 잘 압니다. 운이 좋아서 그런 것은 당연히 아니고 하느님이 이렇게 좋으신 분이라고 세상에 보여주라는 것도 아닐 겁니다. 아마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그런 걱정은 조금도 하지 말고 가장 작은 이들과 함께 계신 당신을 찾아뵙는 일에만 몰두하라는 뜻일 겁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하느님을 낳고 젖 먹이고 돌보셨던 그 마음을 가르쳐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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