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2월 14일(십자가의 성 요한) 배고픔

이종훈

12월 14일(십자가의 성 요한) 배고픔

 

맛난 음식에는 만드는 이의 요리 솜씨에 못지않게 좋은 재료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둘보다 더 중요하고 결정적인 요소는 배고픔이다. 배고프면 모든 음식이 다 맛있다.

 

대림기간은 주님의 재림을 기다리고 그분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해야 함을 기억하고 훈련하는 시간이다. 2천 년 전, 극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분이 이미 탄생하신 줄 몰랐고, 그분이 많은 증거를 보여주며 당신의 신원을 밝혔는데도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다. 요한은 마귀가 들렸다고 했고, 예수님은 먹보요 술꾼이라고 했다(마태 11,18-19).

 

그분은 다시 오신다고 약속하셨다. 그때는 세상이 끝나는 날이다. 그날이 언제인 줄은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아는 것은 주님은 반드시 다시 오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재림하신 주님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나에게는 어떤 심판이 내려질까 상상하며 늘 초조하게 지낼 수는 없다. 싫든 좋든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리스도인이든 아니든 언젠가 우리 모두는 그분과 마주하게 된다.

 

그때는 그분을 얼굴을 맞대고 보니 알아보니 못 알아보니 하는 그런 생각조차 필요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여기에서 그분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그분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다. 한 마디로 그분을 알아봄이다. 목마르지 않은 사람은 물을 찾지 않는다. 슬프지 않은 사람에게는 위로가 필요 없다. 의로움에 굶주리지 않고 평화를 위해 일하지 않는 사람은 참 하느님을 모른다. 하느님을 배고파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을 찾지 않는다.

 

그 옛날 구세주를 알아보지 못하고 십자가에 못 박아 살해한 그 사람들을 탓할 게 아니다.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고 하면서도 그분의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하고 그분의 말씀을 따르지 않음이 곧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분을 또다시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치는 것이다.

 

나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나 자신도 잘 못 바꾸는 데 무슨 수로 세상을 바꾸나. 그리고 주님도 세상을 못 바꾸실 것 같다. 그래도 끝은 있다. 다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그 끝이 온다는 얘기다. 나를 다 바꾸지 못한 채 나의 마지막 날을 맞게 될 거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절망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어떻게 해서라도 하느님 편에 서 있으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 사랑에 목마르고, 가난하고 억울한 사람들과 함께 울고,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보잘것없는 나의 도움을 보탠다면 그 자체로 하늘나라에 있다고 믿는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하늘나라는 마음이 가난한 이들이 것이라고 하셨기 때문이다(마태 5,3). 세상도 나도 못 바꾸어도 주님은 가난해지려는 나의 마음을 다 아신다. 평화가 그대와 함께.

 

주님, 세상 끝 날까지 저희와 함께 계신다고 믿지만 주님의 목소리를 잘 알아듣지 못하고 주님의 뜻을 잘 헤아리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불안해하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마음이 가난해지는 줄은 알고 있고 더 가난해지려고 애쓰고 있으니까요.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온유하고 겸손한 아드님의 마음을 가르쳐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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