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2월 15일(대림 3주일, 자선주일) 예수님이 사는 세상

이종훈

12월 15일(대림 3주일, 자선주일) 예수님이 사는 세상

 

1년 두 번 분홍색 제의를 입는다. 대림 3주일과 사순 4주일이다. 대림과 사순시기를 시작하며 한 보속과 극기 그리고 희생과 봉사의 굳은 결심들이 잘 지켜지지 않아 처음의 열정이 식고 사랑의 결심들을 포기 체념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 시기가 일반적으로 그 즈음이기 때문이다. 그런 교우들을 위로하고 기운을 새롭게 불어넣어 주는 시기이다.

 

세례자 요한은 감옥에 갇혀서 예수님께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마태 11,3)”하고 물었다. 광야에서 자연이 주는 것만 입고 먹으며 하느님과 가장 가깝게 살았고 왕도 두려워할 정도로 거침없이 바른 말만 하고 군중 가운데에 계신 구세주를 알아봤던 그였다. 그런데 그런 그도 흔들렸던 것 같다. 그렇게 철저하게 하느님의 뜻을 따랐지만 그 결과는 부당한 투옥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들을 수 없게 되자 그렇게 확고했던 그의 마음에도 의심이 일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악의 존재를 믿고 싶지 않지만 우리 사회와 세계의 현실을 보면 그것의 힘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점점 심해지는 양극화, 부정한 정치인들과 그들에게 빌붙는 사람들, 가난한 이들과 난민들이 겪는 고통, 어처구니없는 가짜 뉴스들을 믿고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 등 이렇게 엉망인 세상을 과연 누가 바로잡을 수 있을까? 우리는 어쩌면 이런 일을 할 분이 구세주 하느님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느님도 무시하고 십자가에 매달아 살해한 세상을 누가 바로잡을 수 있겠나?

 

예수님은 경제활동을 하셨고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관심이 많으셨고 정치적인 일들도 모르지 않으셨다. 그분은 순진한 이상주의자가 아니셨다. 그런데 그분이 사는 세상은 사랑과 자비였고 끝까지 용서 희생 봉사하셨다. 그분은 우리가 바라고 상상하는 그런 구세주와는 전혀 달랐다. 교회가 아무리 죄인들이 모인 곳이고 또 그런 이들이 수도회에 입회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곳이 너무 실망스러워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갈 곳이 없다. 하느님이 처음 오셨을 때도 지금과 다르지 않았고, 두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다시 오실 때에도 그럴 것이다. 요한도 예수님도 사형됐다. 하느님을 죄인으로 만든 세상이다. 이렇게 거칠고 차가운 곳에서 사랑과 자비의 세상을 꿈꾸고 용서 희생 봉사를 실천하며 살자고 초대하신다. 아∼, 그러면 많이 다치고 바보 취급 당할 텐데, 어떻게 하나.

 

주님, 그냥 예전처럼 미워하며 살고,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가슴 아픈 일들은 못 본척하며 살아야 마음이 편안할 거라는 유혹이 듭니다. 그렇습니다, 그건 유혹입니다. 주님이 받으셨던 유혹과는 질적으로 다르겠지만 저희에게는 큰 유혹입니다. 주님처럼 살면 주님처럼 당할 겁니다. 그리고 주님처럼 하늘나라에 있게 되겠죠. 사랑과 자비의 나라.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희 죄인들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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