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2월 16일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

이종훈

12월 16일 나 혼자가 아니라 우리

 

넘어지고, 실패하고, 다치고, 상처받는 것은 결코 반갑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들은 그런 아프고 쓰라린 경험들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그 시간은 참으로 진지하며 진솔하지 않을 수 없다. 실패로 인한 몸과 마음의 상처도 아프지만 그보다는 후회나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을 바꾸는 시간도 그에 못지않게 아픈 시간이다.

 

여기서 받는 고통을 연옥 형벌을 앞당겨 지금 받는 것이라고 해석하며 위로하곤 한다. 억지스럽지만 위로가 되긴 한다. 구약에서는 하느님을 뵈면 죽는다고 했다. 그날이 이생의 마지막 날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참 하느님을 얼굴을 맞대고 뵙게 되면 내가 제멋대로 살았던 지난날들이 후회스럽고, 알아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하느님과 달라도 너무 달라서 숨이 막힐 정도로 놀라고 괴롭기 때문이 아닐까? 되돌아갈 수도, 무를 수도 없는 그래서 후회해도 아무 소용 없음을 알게 되니 너무 괴로워 차라리 죽어 없어지기를 바라지만 그럴 수도 없는 상태가 아닐까?

 

발라암은 이방인 점쟁이인데도 하느님 말씀을 들었다. 그는 그걸 이렇게 표현했다. “전능하신 분의 환시를 보고 쓰러지지만 눈은 뜨이게 된다(민수 24,3).” 그리고 당장은 아니지만 장차 야곱에게서 별 하나가 솟고 이스라엘에게서 왕홀이 일어난다고 전했다(민수 24,17). 우리는 그분이 바로 예수님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우리가 얼굴을 맞대고 볼 분도 그분이시고 그분 때문에 꼬꾸라지고 숨이 멎을 정도로 놀라고 죽어 없어지고 싶을 정도로 괴로울 것이다. 그분의 모습이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빛나서가 아니라 그분의 사랑과 자비가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크기 때문이다. 지난날 그런 분의 호의를 무시하고 그분의 말씀을 듣지 않았던 시간들이 너무 후회스럽기 때문이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이 말씀은 예수님 삶과 선교사명의 요약이다. 지금 여기서 바꾸지 않으면 그때에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게 괴로울 것이다.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바꾸나? 선택과 판단 기준을 자신에서 하느님의 뜻으로 바꾼다. 하느님은 우리 모두 평화롭게 살고 우리 모두 당신 집에서 살게 되기를 바라신다. 여기서 나 혼자 잘 산다고 저기서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반면에 함께 잘 사려고 하는 사람은 저기서도 그럴 것이다. 공생과 상생이다. 이는 이웃사랑 없이는 이루어지기 어렵고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으면 이웃을 사랑하기 힘들다.

 

예수님, 학자들이 올해 우리 사회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습니다. 그 새는 몸은 하나인데 머리가 둘인데 두 머리가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다 결국 죽게 된 새랍니다. 세상이 함께 사는 세상이고 주님께서 그 세상을 사랑하신다고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에 앞서 저부터 제가 나 혼자가 아니라 공동체와 세상 속의 나임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우리 모두가 구원되기를 바라시는 주님의 마음을 가르쳐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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