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행복한 제자(연중 3주일, 1월 22일)

이종훈

행복한 제자(연중 3주일, 1월 22일)

 

그리스도인들은 복음, 즉 기쁜 소식을 들은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실제 우리의 삶은 기쁨과 환희보다는 고통과 걱정들이 훨씬 많습니다. 한 마디로 사는 게 별로 기쁘지 않습니다. 예전보다는 생활은 매우 편리해졌고 물자들도 더 풍부해졌는데도 그렇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기쁨, 행복은 외적인 것이 아니라 내적인 것이 만드는 것임이 분명합니다. 앞으로 외적인 삶의 질은 계속 좋아질 테지만 내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아무리 삶이 편해지고 화려해져도 그 삶은 우리에게 짐스러운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 우연히 보게 된 두 가지 모습이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그 중 한 가지는 신호대기 중에 우연히 보게 된 한 엄마와 두 아들의 모습입니다. 그 엄마는 길 가에서 두 아들의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손으로 브이를 그리며 이렇게 저렇게 포즈를 취하고 그 엄마도 이러저러한 주문을 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행복해보였습니다.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아들을 대하는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그 아들은 고등학생 정도는 된 것 같은데, 그의 아버지는 초등학교 1학년 정도의 말투로 그를 대하며 옷을 입혀주고 있었습니다. 자식을 키워보지 못해서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어색하고 서툰 저에게 그 모습은 참 특별했습니다. ‘저 아버지는 아들 때문에 많이 낮아졌구나. 저분은 가난해지셨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분이 부러워졌습니다. 그분의 마음이 저보다 훨씬 컸기 때문입니다. 저는 위로만 웃자란 것 같았고, 그분은 위아래 모두 자라서 저보다 훨씬 튼튼해보였습니다. 그리고 상상해보았습니다, 저분이 다른 사람들, 특히 자신과 다르거나 부족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실지. 그 아들 때문에 낮아지고 작아지는 것이 힘드셨겠지만 그렇게 튼튼하게 자란 그분의 마음은 많은 사람을 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5,3).” 예수님은 우리가 모두 행복하기를 바라시고 또 그렇게 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당신이 그러셨던 것처럼 당신을 따르는 제자들도 행복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행복은 외적인 것이 아니라 내적인 것이라서 마음이 어두워지면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마음이 어두워졌다면 빛을 밝혀야 합니다.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빛이 비칩니다. 당신께서는 즐거움을 많게 하시고, 기쁨을 크게 하십니다(이사 9,1-2).” 우리는 빛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어둠도 아닙니다. 우리는 빛을 좋아하면서도 자꾸 어두워지려고 합니다. 우리는 빛 속에서 당당하고 기쁘게 살고 싶은데 무엇인가에 자꾸 걸려 넘어져 우울해지고 불안해집니다. 우리를 넘어지게 하는 그 놈은 어둠 속에 자신을 숨기고 있어 우리는 고놈을 보지 못합니다. 만일 빛이 우리 마음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면 그 놈은 우리를 넘어뜨려 그 어둠을 더 짙게 만들지 못했을 겁니다. 그 빛이 우리 마음 저 구석까지 비추게 그쪽으로 마음을 돌려야하겠습니다.

 

기쁨과 행복의 원천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지금 기쁘지 않다면 길을 바꾸어야 하겠습니다. 방법을 바꾸지 않으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고, 길을 바꾸지 않으면서 다른 곳에 이르기를 기대함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4,17).” 예수님의 인생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입니다. 기쁘지 않고 행복하지 않다면 지금까지 살아 온 방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나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왔다면, 이제는 그것을 버리고 가장 행복했던 사람이었던 예수님을 따라가야 하겠습니다. 그분처럼 가난해지고 그분처럼 이해받지 못하고 쓸쓸하게 죽어가는 것이 두렵기는 하지만, 행복이 외적인 것이 아니고 내적인 어떤 것임을 인정한다면 하느님의 마음을 차지하려는 거룩한 욕망을 지녀야 하겠습니다.

 

그분의 마음이야말로 우리의 마음을 환하게 비추는 참 빛이십니다.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빛이 세상에 왔습니다(요한 1,9).”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을 불러 함께 사시고 함께 일하셨습니다. 하느님이 우리를 부르셨습니다. 나쁜 것을 주시려고 부르셨을 리가 없습니다. 분명 좋은 것을 주실 겁니다. 그분의 제자가 돼서 그분의 마음을 배워 익혀 그것을 소유하면 우리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비움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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