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2월 22일(대림 4주일) 포기가 아니라 초대

이종훈

12월 22일(대림 4주일) 포기가 아니라 초대

 

약혼자 마리아의 혼외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요셉은 고민 끝에 남모르게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 그 즈음에 그의 꿈에 나타난 주님의 천사는 그에게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마태 1,20).”라고 말하며 임신의 진실을 밝혀주었다. 하느님이 그의 인생에 개입하셨던 것이다. 하느님을 믿고 율법을 충실히 지키며 살기는 했지만 그분이 그렇게 자신의 꿈과 인생에 직접 관여하실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하느님을 직접 뵙는 것은 두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천사가 요셉에게 인사말처럼 건넨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은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 것 같다. 그날 잠들기 전까지 요셉은 마리아의 그 일로 자신의 꿈과 계획이 엉망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큰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하느님의 계획 때문이었다고 하니, 천사의 그 말은 죽음이나 심판이 아니라 자신이 꿈과 계획이 바뀌게 됨을 실망하거나 걱정하지 말라는 뜻 같다.

 

하느님은 모험가 같으시다.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으니 그가 수락하리라고 믿고 제안하셨겠지만 그렇지 않았으면 마리아의 인생과 예수님은 어쩌시려고. 하느님 입장도 그렇지만 요셉에게는 더욱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하느님의 계획은 요셉의 삶 전체가 바뀌는 동시에 의로움에 대한 그의 생각을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하느님의 개입으로 의로운 요셉은 자신의 꿈과 계획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성령으로 말미암은 임신을 믿어야 하고 자신이 구세주의 아버지가 되어야 했으니 말이다.

 

요셉은 하느님의 인류 구원 계획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했다. 하느님 때문에 그의 인생이 뒤죽박죽된 것처럼 보인다. 수도회 입회를 결심했을 때 내가 좋아하던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며 슬프지만 비장한 결심을 했었다. 그런데 그때 담당 신부님의 첫 만남에서 그분은 나의 꿈과 재능을 물으셨다. 그것으로 하느님의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었다. 하느님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림이 아니라 오히려 그분은 나의 꿈을 더 큰 차원에서 이루어주고 계신다. 하느님은 참 좋으신 분, 하늘에 계신 인류의 아버지시다. 그러신 분이 왜 자녀들의 꿈을 망치시겠나. 그분은 우리가 성장하게 도와주신다. 변화와 성장 과정에서 혼란은 필연적이다. 우리는 마지막까지 회개해야 한다. 사는 목적을 바꾸고, 사는 방식을 바꾼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분,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시는 분이니 그분을 믿고 따른다.

 

참 좋으신 하느님, 뒤돌아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잊어버린 꿈마저 이루어주셨고 더 크고 더 의미 있는 그림을 그리게 초대하십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주님의 초대에 순하게 응하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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