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2월 26일(성 스테파노 순교자) 견디기

이종훈

12월 26(성 스테파노 순교자견디기

 

눈이 좀 내려줬으면 좋겠다겨울산이 정직해서 좋기는 한데 쓸쓸하고 황량하다눈이라도 소복하게 쌓여 있으면 마음이 좀 포근해질 것 같다.

  

사실 여기서 눈은 반가운 손님은 아니다눈이 오면 산동네 모든 식구들이 눈을 치워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사는 게 정말 힘들어진다예전에는 눈이 싫었다옷이 땀에 젖고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하루 종일 눈만 치워야 했으니 말이다그런데 그렇게 몇 해를 지나니 여전히 눈 치우는 일이 힘들기는 하지만 눈 덮인 겨울산의 낭만도 즐길 줄 알게 됐다처음에는 뱀이 무서워 보이는 대로 죽였는데지금은 그 애들이 예쁘지는 않지만 걔네들이 나를 훨씬 더 무서워함을 알게 된 후론 잘 도망가게 해준다.

  

교회는 성탄절 바로 다음 날 첫 순교자 스테파노 성인의 축일을 지낸다예수님이 수차례 예고하신 대로이고 당신이 겪으신 그대로이다요한 사도가 말한 대로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빛이시며 창조주이신 분이 세상에 오셨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고 맞아들이지 않았다(요한 1,9-11). 빛이 오면 추한 자신이 더 잘 보이기 때문이다세상이 어둠을 좋아하는 이유이다자신을 감출 수 있으니까그래도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

  

열한 사도는 예수님을 보고 믿었지만 스테파노는 그들의 설교를 듣고 예수님을 믿은 사람이다스테파노의 죄목은 하느님을 모독하고 성전과 거룩한 율법을 거스르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사도 6,11.13). 예수님 말씀대로 박해자는 내부에 있다(마태 10,21). 늘 그렇게 살던 대로 살려는 관성이 주님의 길로 걸으려는 나를 박해한다세상사도 그런 것 같다과거에 배운 것이 마치 진리인 것처럼 고수하며 새로운 것을 폭력적으로 막는다그러나 그것은 되돌릴 수 없는 새로운 물결이다강물은 오직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나의 영적여행도 마찬가지다뼈 속까지 스며들어 있는 옛 삶의 습관을 거스르기란 정말 어렵다그래도 계속 바꾸려고 하면 언젠가는 바뀌겠지바뀌지 않아도 바꾸려고 노력했음을 주님은 아실 거다그 때까지 혼란과 박해를 잘 견디어내야 한다.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마태 10,22).”

  

주님주님을 따르면 박해를 받습니다제일 먼저 제 육체 안에 새겨진 법이 그것을 막아서고 세상이 그렇게 합니다주님은 그걸 아셨는데도 곧장 앞으로 가셨습니다비난도전유혹실패를 견디고 인내하며 주님을 따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제 발걸음을 인도하소서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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