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2020년 1월 1일(천주의 성모 마리아) 엄마 성모님 하느님

이종훈

2020년 1월 1일(천주의 성모 마리아) 엄마 성모님 하느님

 

식구들 밥을 준비하며 저절로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났다. 그분은 한두 해도 아니고 수십 년을 하루같이 나를 이렇게 먹여 키우셨다. 해소되지 않고 그럴 수도 없는 그리움은 그분을 향한 것이다. 생각날 때마다 울컥하고, 분명 고마움 그 이상인데도 그냥 그렇게 소박하게 간직하고 싶고 또 당신도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기실 것이다. 그분은 엄마니까.

 

교회는 새해 첫날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를 기억하고 온 세상에 평화를 기원하며 성모님께 기도한다. 새해라는 말이 지닌 신선함 뒤에는 여느 해처럼 다사다난할 이 한 해를 살아내야 할 무게가 놓여있기 때문일까, 첫날부터 엄마를 기억나게 한다. 교회는 마리아님을 하느님의 어머니로 공경하기를 결정하는 데 수백 년이 걸렸다. 아마도 그것은 예수님의 신성과 인성의 구별 혹은 차별을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결국 교회는 우리 인간은 예수님을 참 사람이시며 참 하느님이시라는 애매한 고백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것이 우리 인간의 한계인 것 같다.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칭호는 마리아님의 예수님에 대한 우월한 지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히려 그분은 예수님의 첫째 그리고 모범적인 제자였다. 이 칭호는 하느님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사셨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때가 차자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시어 여인에게서 태어나 율법 아래 놓이게 하셨습니다. 율법 아래 있는 이들을 속량하시어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 되는 자격을 얻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갈라 4,4-5).” 그분을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시기 위해서 그 밖이 아니라 죄의 그 울타리 안으로 몸소 들어오셔서 우리를 거기서 빼내주셨고 예수님이 지니셨던 그 신성을 물려받게 되었다는 가르침의 요약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성모님의 신자들이 아닌데도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그분을 좋아한다. 성인들 중에 성모님을 사랑하지 않은 분이 있을까? 성모님의 도움 없이 예수님의 십자가 길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까? 우리가 지나칠 정도로 성모님을 좋아해도 괜찮은 이유는 그분을 우리의 어머니가 되게 하신 분이 바로 예수님 자신이기 때문이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26.27).” 성경에는 예수님이 성모님을 신뢰하셨다는 내용이 명시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곳곳에서 예수님의 그 마음을 읽어낼 수 있다(마르 3,35; 요한 2,4-5; 19,26-27). 예수님은 아셨다, 우리들에게는 엄마, 특히 당신의 어머니 같은 분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래서 당신 생의 마지막이자 가장 귀중한 선물을 우리에게 주셨다. 우리는 성모님을 마음껏 좋아하고 그분께 온갖 것을 다 얘기한다.

 

예수님, 주님이 우리처럼 우리와 함께 살지 않으셨다면 이렇게 좋은 선물을 생각하지 못하셨을 겁니다. 창조주가 피조물이, 임금님이 종이, 죄 없는 분이 죄인이 되어 우리를 구원하신 하느님의 사랑이 성모님 안에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엄마를 부르듯 성모님을 공경하지만 성모님은 엄마 이상이실 테고, 성모님은 우리는 경험할 수 없는 하느님의 사랑을 믿게 도와주십니다. 성모님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하느님께 기도합니다. 성모님을 찾지만 마음은 하느님을 향해 있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가장 거룩하고 아름다운 이름을 지니셨습니다. 그 이름은 분명 예수님이 지어주셨을 겁니다. 우리를 알고 성모님을 가장 잘 아셨을 테니까요. 그 이름에 담긴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신뢰하며 올 한 해의 여정도 맡겨드리오니 모든 위험에서 보호해주시고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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