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월 17일 기억하며 울기

이종훈

1월 17일 기억하며 울기

 

영화에서 의료사고를 낸 한 젊은 여의사가 한밤중에 자신의 실수로 뇌사 상태로 누워있는 피해자 병실로 찾아왔다. 그리고 그의 보호자 뒤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청한다. 그 여배우는 울음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차마 용서해달라고 청할 수도 없었는지 들릴까 말까 하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속삭이듯 말한다. 이게 하느님과 이웃들 앞에서 내가 취해야 할 태도이다.

 

그 젊은 의사는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고 온갖 법적 수단을 동원하고 꼼수를 부렸다. 그 과정에서 재난구조팀에서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사람을 구하는 이들과 함께 일하며 특별한 경험을 했다. 그리고 자신도 그 피해자와 비슷한 수술을 하게 될 처지가 된 후에 수술 전에 그를 찾아간 것이다. 자신은 살려고 꼼수를 부렸지만 그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다른 이의 생명을 구하고 있었다. 실제로 구조하는 사람은 상황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그를 살리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16).”

 

‘법대로 하자’는 말은 자신이 정의로운 판단을 원하는 의로운 사람이라는 주장처럼 들린다. 혹시 세상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하느님 앞에서는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다. 하느님의 희생으로 그 허다한 죄를 용서받았음을 아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더욱 그렇다. 게다가 우리가 하느님처럼 사랑하고 용서할 수 있는 능력을 받았는데도 핏대를 올리며 이웃을 단죄하고 심판하려 든다면 우린 정말 죄질이 나쁜 죄인이 되고 말 것이다. 탕감 받은 빚 만 탈렌트는 그새 잊어버리고 백 데나리온 빚진 친구의 멱살을 잡는 꼴이다(마태 18,28).

 

우리 하느님은 용서하신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사랑은 신성하고 영원하다. 영원한 사랑이 우리 그리고 내 안에 있다.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어 들것에 뉘여 모든 이들이 쳐다보는 가운데 지붕에서 내려지는 수모를 겪어야 했던 그 중풍병자(마르 2,4)가 바로 나다. 용서해달라고 말할 수도 없어 마지막으로 하느님의 자비를 바랄 수밖에 없다. 하느님을 바라보지도 못해 어디에 눈길을 줘야 할지 몰라 껌뻑껌뻑 하기만 한다. 이렇게 불쌍한 죄인에게 주님은 말씀하신다.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마르 2,5).”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 들것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거라(마르 2,11).”

 

오늘은 주님의 수난을 기억하는 금요일이다. 매일 그럴 수는 없지만 오늘 하루 정도는 지난날 자신이 저지른 죄와 잘못을 기억하며 그 여배우처럼 우는 것도 좋겠다. 매일 매 끼니 먹는 밥인데 보속과 사랑으로 한 끼 정도 굶는 것은 어떨까? 그런다고 내가 양보한 밥 한 그릇이 굶주리는 아프리카 어린이들과 난민들에게 전해지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잠시라도 그들의 마음 안으로 들어가 그들의 고통을 조금은 느낄 수 있을 거다. 억울해도 참아야 하는 사회적 약자들과 가난한 이웃들과 그렇게라도 하나가 될 수 있을 거다. 그러면 혹시 안토니오 성인처럼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나의 주님이신 예수님, 저는 주님의 법을 따르겠습니다. 그러면 세상은 내가 오른쪽에 있다고 아니면 왼쪽에 있다고 할 겁니다. 상관없습니다. 주님만이 저의 임금이십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하늘의 여왕의 품위를 지니셨으니 제가 하느님의 백성이요 하느님의 자녀의 품위를 잃지 않고 살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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