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월 23일 성장하는 믿음

이종훈

1월 23일 성장하는 믿음

 

하느님은 사울을 선택하신 것을 후회하시고 임금의 자리에서 내치셨다(1사무 15,11.35; 16,1). 하느님도 실수를 하시나? 하느님이 그를 선택하실 때 그는 누가 봐도 임금감이었다.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 그처럼 잘생긴 사람이 없고, 키도 모든 사람보다 어깨 위만큼은 더 컸다(1사무 9,2). 그런데 임금이 된 후부터 그는 하느님 말씀을 조금씩 안 듣기 시작했고, 아들뻘 되는 신하 다윗을 시기하여 죽이려 하는 치졸함까지 보였다.

 

하느님은 그가 그럴 줄 모르셨나보다. 그러고 보면 우리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도 아주 큰 시험을 치렀다. 하느님은 그를 시험해보시려고 당신이 지어주신 아들 이사악을 번제물로 바치라고 하셨다(창세 22,1-2). 그는 그 청천벽력 같은 명령을 따랐다. 성경에는 그가 그 명령을 받고 어떤 고민과 얼마나 갈등을 했는지 전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즉각적으로 그 명을 실천했다면 그가 아버지고 사람일까? 나는 아마 도망가 하느님이 찾을 수 없는 곳에 숨어 살거나 다른 하느님을 찾았을 지도 모른다. 자신도 아니라 아들까지 바치려는 그를 보시고 하느님은 그가 당신을 경외하는 줄 그제야 아셨다고 한다(창세 22,12).

 

나의 믿음이 어떻게 생겼고 그 깊이와 굳기가 얼마나 되는지 하느님도 모르시나보다. 누가 진정한 친구이고 누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내가 시련을 겪을 때 알게 된다. 믿음도 비슷한 것 같다. 믿음은 미래를 향해 열려 있어 그것이 필요 없을 때까지 성장한다. 좋은 일과 성공도 주님께 대한 믿음을 키워주지만 시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아니 성숙의 차원이 다른 것 같다. 시련이 믿음을 위한 양식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하느님의 사람은 모두 시련을 받았다. 예수님도 그러셨다.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마태 26,39).” 사람 냄새 가득한 구세주의 마음이다.

 

시련은 결코 반갑지 않지만 나를 쑥쑥 자라게 한다. 그렇다고 하느님이 시련과 고통을 주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부모님도 내게 그러지 않으셨다. 그 대신 하느님은 시련을 겪는 나를 도와주신다. 시련을 피해 도망가거나 정의롭지 않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유혹의 어둠 속에서 빛을 보여주신다. 저 멀리서 희미하게 빛을 비추시며 나를 더 깊은 곳으로 더 높은 곳으로 더 넓은 세상으로 초대하신다. 시련과 고통은 구원의 훌륭한 도구이고 주님과 친해지는 가장 빠른 길이다.

 

주님, 어떤 성인은 고통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청했다지만 저는 그렇게 못합니다. 가능한 시련이 없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그건 바람뿐인 줄 잘 압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제가 시련을 겪을 때 꼭 제 발길을 등불이 되어 주십시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길의 인도자이시니 어머니께 청하면 곧은 길로 저를 이끌어주시리라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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