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월 25일(설) 축복

이종훈

1월 25일(설) 축복

 

또 새해맞이를 한다. 그때처럼 주님께서 모세를 통해서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내리셨던 축복의 말씀을 다시 듣는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민수 6,24-26).”

 

우리도 서로에게 덕담을 하며 복을 빈다. 덕담과 축복을 마다할 리 없고 나에 대한 친지들의 바람이 진심이란 것도 잘 알지만 그것들이 좀처럼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하느님의 말씀은 다르다. 하느님의 말씀은 존재를 담고 있어서 그것을 말 그대로 하느님께서 나에게 하시는 말씀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에게는 그것이 현실이 된다. 우리는 그것을 믿는다. “비와 눈은 하늘에서 내려와 그리로 돌아가지 않고 오히려 땅을 적시어 기름지게 하고 싹이 돋아나게 하여 씨 뿌리는 사람에게 씨앗을 주고 먹는 이에게 양식을 준다. 이처럼 내 입에서 나가는 나의 말도 나에게 헛되이 돌아오지 않고 반드시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며 내가 내린 사명을 완수하고야 만다(이사 55,10-11).”

 

명절 모습이 참 많이 달라졌다. 기후도 이제 피부로 느낄 정도로 바뀌었다. 세상이 정말 많이 변했다. 하지만 그래봐야 100년이다. 산들이 솟기 전, 땅이며 누리가 생기기 전부터 계셨던 하느님은 영원하시다. 천 년도 당신 눈에는 지나간 어제 같고 한 토막 밤과 같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아침에 든 선잠 같고 아침에 돋아나 푸르렀다가 저녁에 시들어버리는 풀과 같다. 우리의 생명이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한 줄기 연기일 따름이다(야고 4,14). 나도 나의 날수를 세어봐야 한다. 그러면 왜 사는지 알게 된다(시편 90,12). 비본질적인 것들에 마음을 뺏겨 잊었던 것을 기억해낸다. 예수님의 아버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하느님!

 

친지들의 축복도 좋지만 그보다는 주님의 축복을 바란다. 그 바람 안에는 건강과 재물의 축복 그리고 지금과 앞으로 만나게 될 모든 어려움을 잘 해결해주시기를 원하는 마음도 살짝 끼어 있음을 주님은 아신다. 그러니 그보다는 언제 어디서든 어떤 어려움을 겪더라도 실패와 죄로 절망하더라도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하느님을 잊지 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게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는 거다. 그런 바람을 가지는 것은 마지막 날에 심판자이신 주님을 만남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깨어 기다리다 주인을 맞은 종을 식탁에 앉히고 곁으로 와서 시중을 들어주실 예수님을 한껏 기대하기 때문이다. 위협이 아니라 희망이다.

 

주님, 다시 한번 저를 포함한 세상 모든 이들에게 주님의 축복을 전합니다. 기후변화, 환경재앙, 전쟁, 난민, 전염병 등으로 두렵고 우울해지는 마음을 걷어 버리고 주님의 식탁에 앉습니다. 지금은 볼 품 없는 빵과 포도주 한 모금이지만 그날에는 더 멋지고 푸짐한 잔칫상을 받을 겁니다. 사실 그보다는 주님의 그 말씀을 훨씬 더 기다립니다. ‘그간 수고 많았어. 참 잘 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제 신앙의 순례 길에 참 동반자이시니 제 발길을 비추는 등불인 주님의 말씀에 언제나 귀 기울이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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