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월 26일(연중 3주일) 하느님을 알려면

이종훈

1월 26일(연중 3주일) 하느님을 알려면

 

설날, 다른 때처럼 사촌들과 조카들이 연로하신 고모님 댁에 모여 미사 봉헌하고 세배하고 덕담을 나누었다. 매번 이번이 마지막일 거라도 하시면서 명절 음식을 차려내셨던 고모님은 작년부터는 비닐봉지에 담긴 과자와 과일들을 내놓기 시작하셨다. 그리고 이번에는 손주를 둔 조카들에게도 세뱃돈을 주셨다. 며느리들에게는 더 많이 주셨다. 올해가 정말 마지막이려나.

 

그렇고 웃고 떠든 후 일어날 때가 되자 형제들이 봉투 하나씩 꺼내 내게 줬다. 작년 추석 때 의미 없는 선물 사서 주고받느니 차라리 그 돈을 나에게 주면 그 돈이 필요한 가난한 이웃들에게 전해주겠노라고 제안했었는데, 형제들이 그대로 따라 준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 시간이 되면 모두 자동차 트렁크에서 선물 보따리 꺼내 오느라 바빴었는데 그러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 우리는 그 선물 받아도 안 받아도 그만이지만 어떤 이들은 그 돈이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에 그 명절 선물 값을 그 이웃에게 주기로 했다. 엉겁결에 그 봉투들을 받아 가방에 넣었는데 이제 그 봉투들을 열어 정리하는데 형제들에게 고맙고 하느님께 감사했다.

 

‘사람은 만물을 창조하시고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알아 공경하여, 자기 영혼을 구하고 영원한 생명을 얻어, 무한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오래전부터 전해 오는 교리 문답의 첫 조항이다. 세상에서 태어나서 좋은 일을 많이 해야 한다. 우리가 하느님의 모습을 따라 만들어졌고 세례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으니 하느님을 따라 산다. 예수님이 그 모범을 보여주셨다. 예수님은 결혼은 안 하셨지만 그 대신 말씀과 치유의 기적으로 많은 이들의 꺼져가는 생명의 불꽃을 되살려내셨다. 죽은 이들도 살려내셨다. 사람을 살리는 사람은 하느님을 닮았다. 우리는 예수님처럼 좋은 설교나 치유의 기적을 행할 수는 없지만 절망하는 이들을 위로할 수 있고, 어둠 속에 앉아 있는 이들에게 작은 불빛을 비출 수 있다. 그것이 말뿐이라도 좋고 적은 액수의 돈이라도 좋다. 그것이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의 역할을 할지 누가 아나.

 

예수님이 선택하신 첫 활동 지역이고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셨던 갈릴래아는 가난한 지역이었다고 한다. 가난은 고귀한 인간의 품위를 훼손시키는 악이다. 창조주요 아버지이신 하느님을 닮은 모습을 잃어버리게 한다. 예수님은 그곳으로 들어가셨고 그들과 함께 사셨다. 건물, 예배, 조직도 필요하지만 교회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은 연민이고 밥상을 차려내는 어머니의 마음이다. 어쩌면 건물, 예배, 조직은 없어도 될지 모른다. 하지만 연민과 어머니의 마음이 없으면 아마 하느님을 알기 불가능할 거다. 주일미사에 참례 때 모신 예수님을 가장 작은이들 안에서 만난다. 아니 성체를 모시고도 만나지 못했던 주님을 그들 안에서 만난다.

 

예수님, 그 돈 봉투를 들고 마음이 설렙니다. 누구에게 줘야할까 행복한 고민을 합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편이 편하지 못한 건 이 돈이 절실한 가난한 이웃들을 더 많이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 겁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를 부르시는 주님의 목소리를 더 잘 듣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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