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월 28일(성 토마스 아퀴나스) 막춤을 추는 사이

이종훈

1월 28일(성 토마스 아퀴나스) 막춤을 추는 사이

 

다윗은 하느님의 계명이 담긴 계약 궤를 다윗성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그 궤 앞에서 춤을 추었다고 한다. 그것도 온 힘을 다하여 춤을 추었다(2사무 6,14). 아내 미칼이 그 모습을 보고 비웃고 창피해했던 것을 보면(2사무 6,16.20) 그는 형식적이거나 예절에 따라 춤은 춘 것이 아니라 정말로 기뻐 흥에 겨워 그런 것이다. 그는 아내에게 “주님께서는 당신 아버지와 그 집안 대신 나를 뽑으시고, 나를 주님의 백성 이스라엘의 영도자로 세우셨소. 바로 그 주님 앞에서 내가 흥겨워한 것이오(2사무 6,21).”라고 대답했다.

 

다윗은 무용수가 아니니 그의 춤은 소위 말하는 막춤이었을 것이다. 보는 이들이 민망해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너무 좋은 나머지 그 즐거움을 주체할 수 없어 춤을 추었던 것 같다.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 마음 저 깊은 곳에서부터 그 기쁨을 몸 밖으로 그렇게 표현했던 것이다. 그는 최고의 권위자 임금이었고 모든 백성이 그를 지켜보고 있었으며 게다가 그 궤는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능력을 가진 것이었는데도 그는 그 앞에서 그런 막춤을 추었다. 그는 참으로 하느님과 가까운 사이였다.

 

아브라함과 모세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대화까지 했지만 다윗은 예언자를 통해서 주님의 말씀을 전해 들어야 했다. 칭찬과 격려 그리고 반대로 야단도 맞았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조건 속에서 살았다. 그런데도 그는 마치 하느님을 직접 보고 듣는 듯이 그리고 아버지 앞에서 재롱떠는 천진난만한 아이 같았다. 우리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예수님은 아버지 하느님을 너무나 사랑하셔서 죽기까지 순종하셨다. 예수님의 순종에 담긴 정서는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는 마음이 아니라 지독한 친밀이고 사랑이었다. 예수님은 다윗의 막춤을 넘어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느님을 사랑하시고 순종하셨다. 예수님은 그분을 우리도 아버지라고 부르게 하셨다. 인간의 언어는 부모 자식, 형제자매, 부부, 친구관계보다 친밀함을 더 잘 표현하지 못한다. 하느님과 우리 관계는 그보다 훨씬 더 친밀한데 그것을 표현할 길이 없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이 말하는 그 친밀함을 표현할 개념이나 단어가 없다. 그저 믿을 뿐이다.

 

예수님, 하느님은 주님을 이 땅으로 내려보내실 정도로 우리와 가까워지시려고 하는데 우리는 하느님을 멀리합니다. 하느님은 지극히 높으신 분으로 배워서 감히 당신 앞에서 막춤을 추고 어리광을 부리며 이것저것 해달라고 청할 수 없습니다. 비록 다윗처럼 주님 앞에서 막춤을 추지는 못해도 주님을 가장 친한 친구보다 더 친근하게 느끼고 허물없이 모든 걸 다 말하고 나눕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드님과 나누셨던 그 친교 안으로 저를 이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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